ALPHABETLAND

X
ALPHABETLAND

몇몇 펑크 록 밴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자신들의 음악이 백 퍼센트 새로운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록의 역사에 그 어떠한 선례도, 영향력도 없었던 것처럼 오직 기발한 그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음악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펑크 역사상 최고의 밴드로 손꼽히는 X는 늘 솔직했다. 1950~60년대의 음악이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고 'ALPHABETLAND'에서 그 영향은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이 없으면 펑크 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요." Apple Music을 만난 X의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 John Doe가 그의 생각을 털어놨다. "로큰롤이 뿌리에서 많이 멀어졌죠. 원래 로큰롤이 상징하던 자유에서도 멀어졌고요. 저희는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Little Richard나 Gene Vincent 그리고 컨트리 가수인 Loretta Lynn이나 Tammy Wynette을 다시 떠올리게끔 하고 싶었죠." 35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X의 새 앨범 'ALPHABETLAND'에 이러한 그의 바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John Doe와 한때 부부 사이였던 또 다른 보컬리스트 Exene Cervenka, 기타리스트 Billy Zoom, 드러머 D.J. Bonebrake 등 원년 멤버가 함께했다. The Doors(키보디스트 Ray Manzarek은 X의 1980년 데뷔 앨범 'Los Angeles'를 프로듀싱하기도 했다.)부터 시작해 1960년대 걸그룹 The Shangri-Las,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 너새네이얼 웨스트, 로스 맥도널드가 그린 먼지 자욱한 LA의 절망적인 풍경까지 과거의 영향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3분이 넘는 곡이 겨우 하나에 불과한 이 앨범은 사운드 측면에서도 그렇고, 도시와 세대, 국가 그리고 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앞선 그들의 작품 세계와 동일 선상에 있다. "정치적인 성향의 노래, 벼랑 끝에 선 세상에 관한 노래, 저희에겐 낯설지 않은 주제죠."라고 말하는 John Doe. 과거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세상에 또 다른 영감을 선사하는 X의 귀환을 반기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John Doe의 설명에 따라 자세히 알아보자. ALPHABETLAND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모험적인 노래일 거예요. 그래서 앨범 타이틀로도 이 제목을 사용했죠. 로마 신화의 머큐리 신(헤르메스)에 대한 내용이에요. 대규모의 학살을 불러올 수도, 부를 불러올 수도 있는 신이죠. 브리지를 보면 'Mercury, you will skate on silver blades/Figure eights on a frozen lake'라는 가사가 나와요. Billy가 이 브리지 부분을 작곡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죠. 이 노래는 원래 제목이 'Mercury'였는데 Billy가 계속 'Alphabetland'라 부르더군요. 1950년대에 그런 보드게임이 있었다고 하면서요. 사실 가사에선 'alphabet wrecked'나 'alphabet mine'만 나오지 결코 'Alphabetland'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관계가 망가져서 알파벳이, 언어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죠. 우리가 무슨 제목을 붙이든 간에 Billy는 계속 'Alphabetland'라고 부를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가기로 했어요." Free "이 곡은 제가 한 여성의 입장이 되어서 써 봤어요. 제 모든 여성 파트너들과 여자 형제들 또 존경하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노래죠. 처음엔 'Promised Land'라는 제목을 붙였었는데 멤버들이 아주 난리를 부리더군요. Chuck Berry의 노래 제목을 어떻게 쓰냐면서요. 그리고 이 노래는 같은 벌스 가사에 세 가지 다른 코드 진행으로 작곡을 해 봤는데요. 딱 달라붙는 게 하나도 없었죠. 그런데 D.J.가 드럼을 치는 순간 노래에 필요한 긴장감이 정확하게 채워졌어요. 이 노래는 Pussy Riot 같은 밴드가 커버를 해주면 좋겠네요." Water & Wine "제가 좋아하는 밴드 Shannon & The Clams를 보고 영감을 얻은 곡이에요. 서프 록 느낌을 가지고 있는 밴드죠. 'Who gets water and who gets wine'이라는 가사는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경제적 차이를 가리켜요. 누구에게 이용의 기회가 있고, 누가 '더블 프래티넘' 등급이냐는 거죠. 작업 중에 촬영을 좀 했는데 저희 밴드를 다룬 1986년 다큐멘터리 영화 'The Unheard Music'을 만들었던 친구 Bill Morgan이 20년대 영화 '폭군 이반'의 장면과 합쳐서 영상을 만들어 줬어요. '폭군 이반'은 무성 영화에요. 사람들이 서로 머리 위에다가 금화를 들이붓는 장면이 나와요. 정말로 부가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는 거죠. Billy가 색소폰 연주를 좋아하는데 여기다 한번 연주해 보라고 했어요. 제일 끝에 나오는 데 멋져요. 저희가 하이 콘셉트를 지향하는 밴드는 아니지만 좀 재미있게 시도해 보는 건 좋아하거든요." Strange Life "Exene이 대부분의 가사를 썼어요. The Doors, 특히 'Strange Days'라는 곡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곡의 내용은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거예요. 마일 표지판도 있고 나무 십자가도 있죠. 이것으로 우리가 삶의 길을 나아가는 것을 비유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길을 바라보면서, 그러니까 우리 삶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게 되잖아요. '거참 이상하네.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된 거야?'하고요." I Gotta Fever "1977년에 쓴 곡이에요. 당시에는 'Heater'라는 제목으로 불렸죠. 'I got a heater'라는 가사와 함께요. 1997년에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인 'Beyond the Back'에도 실렸어요. 누군가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사랑 또는 욕정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죠. 누아르 영화와 당시 로스앤젤레스의 분위기에 대한 저의 애정을 담아 구성한 스토리예요. 곡을 재녹음하고 싶었는데 가사가 바보 같더군요. 총을 히터에 비유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이제는 와닿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가사를 새로 썼죠. 지금도 영화적인 느낌은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 다이아몬드 손길이라든가 녹은 납이란 표현도 그렇고, 인물이 서로에게 강한 욕정을 느끼며 집착하는 설정도요." Delta 88 Nightmare "새로 녹음한 세 곡 중 두 번째 곡이에요. 이 곡 역시 'Beyond and Back'에 실렸죠. 1978년쯤 Exene과 전 친구들과 함께 운전을 해서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로 갔어요. 몬터레이 출신 작가 존 스타인벡의 '통조림 공장 골목'을 읽고 가봐야겠다 싶었거든요. 제 인터내셔널 트래블올 고물 차를 끌고 가서 부랑자들과 보헤미안들을 찾아볼 생각이었죠. 근데 그 당시 몬터레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은 후였어요. 저희는 그렇게 된 도시를 그때 처음 봤어요. 부자들로 가득했죠. 그곳에선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 망나니였어요. 마치 갈라진 금 사이로 살금살금 기어 나오는 쥐 같은 존재였죠. 노래가 너무 신나서 좋은 버전을 하나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이 노래가 앨범 중 가장 빠른 곡이에요." Star Chambered "Exene이 홍키통크 바에 다니는 철도 직원의 아내 입장이 되어서 쓴 곡이에요. 제가 보기엔 Bob Dylan의 노래와 느낌이 비슷하죠. 이 곡에선 다른 인물이 되어서 곡을 쓰는 것과 자기 자신에 대해 곡을 쓰는 경계선이 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Exene과 전 저희가 쓰는 캐릭터가 곧 저희라고 생각하거든요. 경쾌한 노래예요. 제가 벌스에서 어쩌다 새로운 코드 진행을 만들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1960년대에 나온 Benny Spellman의 'Fortune Teller'와 유사한 느낌이 들더군요. 사람들이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Tennessee Ernie Ford의 노래 'Sixteen Tons'와 같은 가사도 나와요. 여기선 'I played 16 bars and what did I get?/Another hangover and drunker in debt'로 응용했죠. 많은 사람들이 'I bet on odd ’til I broke even, and then just had to go'라는 가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해요. 우린 불확실한 가능성을 두고 위험을 감수하곤 하잖아요. 그렇게 원하는 걸 얻어서 만족하기도 하지만, 그냥 체념해야 할 때도 있죠. 지금 이 시점에서 밴드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그건 그저 아직도 활동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단 거예요." Angel on the Road "Exene이 처음엔 이 가사를 시로 썼어요. 근데 전 노래로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했죠. 2018년 말에 저희가 함께 새롭게 쓴 첫 번째 노래예요. 한 여자가 도망을 가다가 차가 고장 나는 상황이죠. Allman Brothers 노래를 듣고 있는데 Duane Allman의 차를 얻어 타게 되는 거예요. Duane Allman과 한 트럭에 앉아 영원히 드라이브를 하는 건 그녀에게 있어선 천국과 같죠. Billy의 기타 솔로가 마음에 들어요. The Doors의 Robby Krieger와 비슷한 느낌이 나죠. 또 The Ink Spots와 같이 1950년대 스타일로 가사를 말처럼 읽는 부분도 있는데, 저희가 할 수 있을 거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에요." Cyrano deBerger’s Back "1987년 앨범 'See How We Are'에 실린 버전이 전혀 맘에 들지 않았어요. 이것이 처음에 쓰인 버전에 더 가깝죠. 제목은 아마 제가 '밀로의 비너스'의 팔에 대한 텔레비전 노래에서 영향을 받아서 지었을 거예요. 펑키한 기타 릭이 나오는데요. Ben E. King의 분위기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펑크 또는 두왑이라고 할 수 있겠죠. Lou Reed도 그렇고, Ramones도 두왑을 정말 좋아했잖아요." Goodbye Year, Goodbye "마지막으로 작업한 곡이에요. 제가 먼저 시작을 한 후에 Exene이 수정을 하고 추가 가사를 더했죠. 전형적인 펑크 록이에요. 예전에 사랑받았던 그 펑크 록 스타일의 노래가 앨범에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처음엔 1980년 곡 'Your Phone’s Off the Hook'와 너무 비슷해서 좀 다른 요소를 더해 봤어요.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읽고 영감을 받았죠. Exene이 제 생일 선물로 준 책인데요. 'Brother and sister pretend to be lovers'라는 가사로 조 벅이 앤디 워홀 스타일의 파티에 가는 장면을 담았어요. 첫 가사인 'Beats keep beating my brains in'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얘기해요. 모두가 너무 바쁘고 너무 많은 소음이 있는 상황이죠." All the Time in the World "제가 Robby Krieger를 알고 지내는데 최근 5년 동안 좀 더 친해졌어요. 하루는 다른 사람에게 보낼 장문의 메시지가 제게 왔어요. 그래서 잘못 보낸 것 같다고 답장을 했죠. 그랬더니 전화가 와서는 '정말 미안해요. 어떻게 지내요?'라고 묻더군요. X 음반을 마무리 중이라고 하니 '나 좀 불러서 연주하게 해 줘요.'라는 거예요. 결과는 완벽했죠. The Doors의 앨범 'American Prayer'에서의 연주와 비슷했거든요. 비트족 분위기가 물씬 풍겼죠. Billy가 피아노를 연주했고, 제 베이스 파트는 별로였어요. 그래서 그건 그냥 빼 버리고 Exene과 Billy, Robby만 남겼어요. Exene이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 Turns out not to be that much'라고 읊조리는데요. 우린 주어진 시간을 더 늦기 전에 잘 활용해야 하잖아요. 앨범을 마치기에 딱 적절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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