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Written Story - EP

Half Written Story - EP

배우와 싱어송라이터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할리우드 대표 팔방미인 Hailee Steinfeld가 신보를 발표했다. 새 EP 'Half Written Story'는 두 챕터로 나눠 공개되는 데뷔 앨범의 첫 번째 파트로, 이별을 테마로 한 다섯 곡이 수록됐다. "제 경력의 일부분이 다른 것으로 연결될 때가 종종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Hailee Steinfeld. 그렇다. 이번 앨범이 딱 그 경우다. 그는 Apple TV의 오리지널 시리즈 '디킨슨'에서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얼마 전 첫 시즌을 마쳤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곡 작업을 병행했던 그는 극중 캐릭터 디킨슨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모습을 실제 자신에 투영시켰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삶을 체험하게 돼요.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물과 동화되고, 그에 영향을 받아서 창작 방식도 바뀌곤 해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디킨슨이라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이거예요. 그는 세상 모든 걸 시로 써요. 세상이 금기시하느냐 마느냐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죠. 그래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그런 당당하고 대범한 성격이 가수 Hailee Steinfeld에게까지 영향을 준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다짐했어요. 나도 세상의 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완전히 솔직하고 투명하게 나를 드러내겠다고 말이에요." 자신의 소신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Half Written Story'에서 그 어느 때보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전 One Direction 멤버인 팝스타 Niall Horan과 공개 연애를 했었고,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한동안 가혹한 이별 후유증에 시달렸었던 그는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노래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자전적인 성격이 강해서인지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고, 곡곡의 표정 또한 풍부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가 고통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서슴없이 조롱과 비웃음을 날린다. 'Man Up'에서 특히 그러하다. 공동 프로듀서 D’Mile는 여기서 Hailee Steinfeld의 파워풀한 코러스와 아기 울음소리를 교묘하게 매치시켜 역설적인 묘미를 살렸다. 은유적인 타이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Wrong Direction'에서도 역시, 상대의 기만적인 언행과 제멋대로인 성격을 거침없이 꼬집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작 알아챘어야 했다 싶지만/ 나는 그냥 네 말을 믿고 싶었을 뿐이다 (Lookin' back, I probably should have known/ But I just wanted to believe that you were out sleepin' alone)'라는 가사에서, 상대의 거짓말로 인해 그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감히 짐작해볼 수 있다. 원망과 배신감, 후회와 눈물로 얼룩진 앨범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I Love You’s "이 노래는 Annie Lennox의 1995년 히트곡 'No More 'I Love You's'를 샘플링한 거예요. 완성본을 들었을 때 정말 기가 막힐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완벽했죠. 듣자마자 '이건 오프닝 트랙!'이라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내용면에서 봤을 때 이번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주제곡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별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상실감이나 혼란스러움, 슬픔, 답답함이 온몸을 덮치죠. 기분을 나아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발적 고립'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관계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일종의 회복기를 갖는 거죠. 이별을 견디는 과정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노래에는 잃어버린 제 모습이 담겨 있어요.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거예요.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고작 이별 때문에 이렇게까지 피폐해졌다는 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그때 마음먹었어요. '내가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 온전한 내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 더 이상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라고요." Your Name Hurts "우리가 차를 한 대 산다고 쳐요. 맘에 드는 모델이 있어요. 그걸 사야겠다 마음을 정하고 나면, 갑자기 여기저기서 막 그 차가 눈에 띠지 않나요? 원래 있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것만 보이는 거예요. 신발을 사야겠다 마음을 먹으면 길 가는 사람들 신발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죠. 이별이란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헤어지고 나면 모든 곳에서, 정말 아무 곳에서나 그 사람이 불쑥불쑥 나타나요. 그 환영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써도 소용없죠. 대충 그런 내용이에요. 저는 사람 이름처럼 단순하면서도 기억에 바로 각인되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멍해지거나,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되거나,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 내 감정을 쥐고 흔드는 것 같은 그런 노래요. 막 심장이 따끔거리는 것 같고, 숨이 멎는 것 같고, 가슴이 저리는 것 같고. 그렇게 오만가지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노래가 진짜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말로 감정을 깨우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노래 말이에요. 이 곡이 그런 것 같아요." End This (L.O.V.E.) "Bea Miller 노래 중에 'S.L.U.T.'라는 곡이 있는데, 잊을 수 없는 달콤한 것들(sweet little unforgettable thing)을 상징해요. 'slut'의 사전적인 뜻이랑은 완전히 다르죠. 저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약자를 활용해서 뜻밖의 의미를 가진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사실, '사랑'에 대해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었어요. 아직 이별의 상처도 다 아물지 않은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L.O.V.E.'라는 말에 사랑과 전혀 무관한 얘기를 담으면 재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L.O.V.E.'의 의미를 우리 식으로 비틀었고, Nat 'King' Cole의 1965년 곡 'L-O-V-E'의 멜로디까지 집어넣었죠. 저는 이렇게 낮은 음역에서 노래하는 게 참 좋아요." Man Up "이 'Man Up'이란 말은 아빠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온 거예요. 당시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 서부에 계셨고, 저는 동부에 있었어요. 한창 이별 중이었고요. 아빠는 제가 힘들 때마다 항상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시곤 해요. 그래서 상담도 할 겸 전화를 걸었죠. 우리 관계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끝이 보인다는 생각에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는데, 그런 저를 보고 아빠가 딱 한 마디 하셨어요. '그 애는 아직 남자가 덜 됐구나.' 물론 다른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이 노래에서 'Man Up'은 '인간적인 성장과 성숙'을 의미해요. 다들 넘어지고 깨지면서 자라잖아요. 실수? 얼마든지 해도 돼요.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워가면서, 차근차근 어른이 되면 되니까요. 아!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이 노래는 작업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이런저런 실험을 특히 많이 했거든요. 아기 울음소리를 오토 튜닝해서 백그라운드에 집어넣는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이별하는 과정을 담고 있긴 하지만, 곡 자체에 위트가 있어요. 말투에 여전히 짜증이 묻어있기는 한데, 조금씩 자신감과 나다운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죠." Wrong Direction "제 감정이 잘 묻어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곡이에요. 사실 쓰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술술 풀릴 것 같았는데 희한하게 자꾸 막혔거든요.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겠는데, 제대로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막상 글로 써 놓고 보니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고 느낌이 이상했죠. 머리를 계속 쥐어짜다가, 결국 손을 놓았다가, 다시 녹음실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되어있다는걸요. 그래도 다행인 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예요. 힘든 시간을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이자, 훌륭한 동료들이었죠. 그들은 제가 이 곡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어요. 그렇게 간신히 완성해서 1월 1일에 공개를 했는데, 발표하고 나서 한 달 정도 방송 출연을 아예 안 했어요. 무대 위에서 제대로 선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죠. 시간이 그만큼 지났으면 이제 괜찮아질 때도 되지 않았냐 생각들 하실 테지만, 저는 아직이었던 모양이에요. 처음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데, 바람 앞의 등불처럼 마음이 휘청거리는 게 느껴졌거든요. 방 한가운데 혼자 덜렁 앉아있는 것 같았죠. 그런 기분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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