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토르 베를리오즈는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분위기만큼이나 격동적인 음악을 작곡한 혁명가였습니다. 혁신적인 관현악법과 복잡한 리듬, 초대규모 편성 등 그는 책에 적힌 모든 규칙을 깨부수고 음악의 세계를 뒤집어버렸죠. 1830년, 27세의 베를리오즈는 '어느 예술가의 생애에 대한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붙인 'Symphonie fantastique(환상 교향곡)'를 작곡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을 향한 그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그린 자화상입니다. 실연으로 절망한 예술가가 아편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져, 연인을 죽이고 단두대로 끌려가는 기괴한 환상에 사로잡히는 내용을 담고 있죠. 베를리오즈는 사랑하는 연인을 나타내는 짤막한 악상을 고정 악상 기법으로 표현했는데, 무도회에서 연인을 만났을 때 아름다운 선율로 등장했던 고정 악상은 변형을 거듭하다가 단두대 장면에서 무시무시한 클라이맥스로 나타납니다. 최고의 베를리오즈 해석가 Sir Colin Davis가 지휘하는 London Symphony Orchestra의 2001년 실황 공연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