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slighter

Gaslighter

시간이 흘렸고, 정권이 바뀌었고, 시대 분위기와 사회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그렇게 변화된 세상은 마침내 다시 그들을 제자리로 불러들였다. 무려 14년 만에 새 정규 앨범 'Gaslighter'를 발표한 컨트리 밴드 Dixie Chicks. The Chicks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슈퍼 트리오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지나 드디어 자신의 시대를 만난 듯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7년 전 그들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에 가까운 뭇매를 맞았다. 컨트리계는 그들을 외면했고, 보수적 성향의 팬들은 CD를 깨부수며 항의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온갖 사건이 있은 이후 이를 갈면서 만든, 정치색 짙은 7집 앨범 'Taking the Long Way'(2006)에 그래미는 온갖 갈채를 보내며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포함 5개 트로피를 몰아줬지만, 컨트리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리고 2020년, 이제 그들은 (Taylor Swift, Lorde와의 작업으로 유명한) 스타 프로듀서 Jack Antonoff, 팝계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통하는 작곡가 Justin Tranter, Julia Michaels, Teddy Geiger와 손을 잡고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새 이름을 얻고 새로운 동지들을 만났음에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불같은 성격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하다. 앨범은 자극적인 오프닝 타이틀 트랙으로 활기차게 문을 연다. 이 'Gaslighter'는 현재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꽉 막힌 전 남편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The Chicks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곡이다. 'March March'는 3월 3일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던 정치 집회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 스스로를 북돋우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메시지와 올해 있었던 Black Lives Matter 시위와 관련된 메시지, 그 두 가지가 절묘하게 병존하는 뮤직비디오는 참으로 시기적절하다고 평가된다. 앨범의 나머지 곡들에서는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 안에서 밴드는 희망과 자주성에 관한 메시지를 자전적인 말투로 풀어 이야기한다. 그러한 메시지는 때론 자신의 자녀들을 향하기도 하고 ('Young Man', 'Julianna Calm Down'), 전 남편들을 향하기도 하며 ('Tights On My Boat', 'Hope It's Something Good'), 또한 자기 자신을 향하기도 한다 ('For Her'). "저희는 항상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멤버 Emily Strayer는 말한다. "미투 운동이든 지금 한창 이슈인 Black Lives Matter든 저희는 늘 인식하고 있었던 문제였는데, 뉴스는 늘 한발 늦더군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가만 보면 주기적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요. 최신 기사라고 내보내고는 있지만, 다 전에 들어봤던 얘기들이잖아요." 이 외에도 앨범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번 앨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들에 대해 The Chicks가 풀어준 갖가지 이야기를 만나본다. Gaslighter Natalie Maines: "이번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 Jack Antonoff와 같이 쓴 첫 곡이었어요. 저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제목도 정했고 가사도 다 써놓은 상태였죠. 사실 되게 감정적으로 흘러가지 싶었는데, 아주 차가운 느낌의 코러스가 만들어졌어요. 아마도 Jack의 프로듀싱 때문인 것 같아요." Martie Maguire: "Natalie가 Jack한테 이 노래 제목과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줬을 때, 그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멜로디와 반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진짜 인상적이었죠. Jack은 순식간에 곡을 완성했고, 완성되자마자 곧바로 녹음하자고 하더군요. 녹음하러 들어가기까지 한 5분 걸린 것 같아요." NM: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스라이팅이란 용어 자체가 낯설었어요. 미국인 대부분이 뜻도 몰랐는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완전히 유행어가 됐잖아요. 저는 상담 치료 때 이 말을 배웠는데, 지금 시국이나 세태를 제대로 포착한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앨범 제목으로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곡이 타이틀 트랙이 됐죠." Texas Man NM: "Julia Michaels가 저희 집에 와서 같이 작업했는데, 마치 테이프를 감는 것처럼 멜로디를 만들어내더군요. 혼자서 피아노로 반주를 거의 30분 가까이 만들었어요. 멜로디를 전개하는 방식도 그렇고, 참 여러모로 흥미로웠어요. 저희가 할 일은 별로 없었어요.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거든요." Emily Strayer: "보컬 작업할 때 어땠는지 기억나요? 말 그대로 옷장 안에서 노래하는 것 같았어요. 그것도 엄청 작은 옷장." NM: "맞아, 정확한 비유예요! 딱 내 코트용 옷장!" MM: "이 노래는 Natalie에 관한 거예요. 저희는 Natalie가 예전 모습과 에너지를 되찾기를 바랐거든요.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이 노래가 기운을 완전히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까 싶어요." For Her ES: "이 노래는 자신에게 하는 얘기예요. 어렸고 미숙했던 시절의 나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거죠. Ariel Rechtshaid, Sarah Aarons랑 같이 썼어요. 다섯이 같이 모였는데, 그때 스튜디오 안이 되게 어두컴컴했거든요. 앉아있는데, 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우울하고 엄청 지치더라고요. 거기가 Michael Jackson이 'Thriller' 녹음했던 스튜디오죠 아마? 그는 부스를 지을 때, 자신의 침팬지였던 Bubbles를 위해서 작은 창문을 만들었대요. 그 창문을 통해서 침팬지가 밖을 내다보는 모습이 상상이 되실 거예요. 가사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원래 Sarah는 진짜 재밌고 명랑한 사람이에요. 자기 비하적인 유머를 많이 던지곤 하는데, 그게 진짜 웃겨요. 그런 밝고 유쾌한 성격이 평소 가사에도 많이 묻어나는데, 여성과 관련된 곡을 쓸 때만은 달라요. 웃음기도 없어지고 훨씬 진지해지죠. 다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섬세하게 잘 쓰는지 모르겠어요." NM: "가사 쓸 때는 Sarah가 거의 이끌어가다시피 했어요. 사실 저희가 없어도 혼자 잘 할 것 같더라고요. 일단 그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폭주기관차처럼 쭉쭉 달리거든요. 제동을 걸 필요도 없고, 걸고 싶지도 않아요. 세션을 끝냈을 때 사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었는데, 그의 가사는 대부분 그대로 뒀어요. 저희도 좀 참여를 해야 되니까 약간 수정을 하긴 했지만요." MM: "그리고, Sarah가 쓴 가사는 Natalie 목소리랑 무척이나 잘 어울려요. Natalie 목소리가 상당히 강한 데다가 곡예 부리듯이 노래를 하니까, 그걸 감당해낼 수 있는 사람 혹은 그와 같은 뉘앙스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NM: "사실 제가 이런 말은 잘 안 하는데, 저는 그의 소울이 너무 좋아요. Sarah는 진짜 소울풀한 필을 가진 가수예요. 그가 처음 녹음한 가이드 버전을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자신의 목소리로, 말투로 소울풀한 느낌을 한껏 살려냈는데 정말 기가 막히거든요. 그걸 듣고 따라한 부분도 없지 않아요." March March NM: "3월에 라이브 공연이 있어서 아이들이랑 다 같이 워싱턴 D.C.에 갔었는데, 거기서 큰 감흥을 받았어요. 그런 대규모 행진에 참가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거기서 저희는 무대에 서는 공연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군중이었어요. 아이들을 목마에 태우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느낀 것들과 에너지를 이 노래에 담아내고자 했어요. 단순히 어떤 특정한 행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요." ES: "저희는 항상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미투 운동이든 지금 한창 이슈인 Black Lives Matter든, 우리는 늘 인식하고 있었던 문제였어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가만 보면 주기적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뉴스는 항상 우리보다 한발 늦더군요. 보세요, 최신 기사라고 내보내고는 있지만, 다 전에 어디서 들어봤던 얘기들이잖아요." NM: "뭐가 옳은지를 제대로 알고, 그에 대해 행동하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당신이 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다면, 굳이 뭉쳐 다닐 필요 없어요. 저희는 단지, 자신의 믿음과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면 계속 앉아계셔도 돼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뭐가 진짜로 옳은 일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으면 굳이 집단으로 움직이거나 뭔가를 따라다닐 필요는 없어요." My Best Friend's Weddings ES: "이건 'Wedding'이 아니라 'Weddings' 얘기예요." NM: "맞아요. 다들 'My Best Friend's Wedding'이라고 하는데, 'Weddings'가 정확한 제목이에요. 이 안에는 많은 진실들이 숨겨져 있죠. 저희 팀은 가족들이랑 다 같이 하와이에 3주간 머무르면서 곡 작업을 했어요. 송라이팅 캠프 겸 가족 휴가였던 셈인데, 정말 재밌었어요. 저희가 하와이 송이라고 간주하는 곡이 이 곡 포함해서 총 세 곡인데, 전부 카우아이 섬에서 썼어요. 우쿨렐레 소리도 들어가 있고, 헤드폰을 끼고 들어보시면 새 지저귀는 소리랑 파도 소리, 수탉 울음소리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Julianna Calm Down MM: "이 노래의 오리지널 버전은 Julia가 쓴 거였어요. 원래 제목은 'Julia Come Down'이었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자. 인생이란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모든 게 잘 될 거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요. 사실 이건 Julia는 모르는 사실인데, 이 곡을 듣고 나서 Natalie는 집으로 가서 후렴구 가사를 자기 버전으로 다시 썼어요. 저희 딸들과 조카, 친척들을 떠올리면서, 그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노랫말에 담아냈죠. 아마 Julia는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리라고는 생각 못 했을 거예요. 그가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노래를 듣고 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막 떠올라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NM: "'이 노래를 우리한테 줬으면 좋겠다, 우리 마음대로 곡을 좀 바꿔도 되겠냐?'라고 Jack이 Julia한테 물어봤을 때, 그의 반응은 '뭐, 후렴구랑 브릿지는 마음대로 하셔도 된다. 그런데 코러스 파트랑 수정 작업은 내 뜻대로 할 거다'였어요. 저희는 '안 돼, 그건 아니야!'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죠. 결국 저희는 Julia를 교묘하게 구슬려서 저희 마음대로 하는 데 성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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