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유럽의 그늘에 가려졌던 미국 음악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탁월한 음악가들을 배출하며 유럽에 뒤지지 않는 독자적인 위상을 갖추게 됩니다.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은 미국 음악의 비상을 알리는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 음악 분야에서도 뛰어난 작품을 쓴 작곡가이자 탁월한 지휘자였으며, 방송에 출연해 수백만 시청자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려주는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1918년에 태어난 번스타인은 1943년, 갑자기 출연을 취소한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대신 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의 지휘대에 올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지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온 더 타운(On the Town)'부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에 이르는 뮤지컬로 대성공을 거두며 작곡가로도 이름을 알렸으며, 점차 진지한 관현악곡과 종교 음악도 발표했습니다. 지휘자로서 번스타인은 1958~1969년에 걸쳐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으며 오케스트라의 황금시대를 일구었고, 1970년대부터는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말러(Mahler) 음악의 열렬한 추종자이자 위대한 해석자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말러 교향곡이 재평가받으며 오늘날과 같은 인기를 얻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꼽힙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관련 국가 연주자들이 뭉친 연합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 9번 ""합창""(Symphony No. 9 ""Choral"")'을 지휘하던 모습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