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ough Water

Through Water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가장 염두에 둔 측면은 바로 솔직함이에요. 저 자신은 물론이고, 이 안에 담기는 모든 이야기에 한 치의 거짓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Billie Eilish, Taylor Swift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리스너들을 매료시켰던 데뷔 앨범 'Long Way Home'을 발표한 지 어언 4년. 스스로를 '음악밖에 모르는 괴짜'라고 지칭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Låpsley가 큰 기대 속에서 두 번째 정규 앨범 'Through Water'를 발표했다. "보통 곡 작업은 이틀 정도 걸려요. 매우 직관적이고 빠른 편이죠. 노래는 거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요. 스튜디오에 앉아서 그 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입혀요. 곡을 쓰는 과정 자체가 자가 치유 의식이라고 할 수 있죠." 작업 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Låpsley의 음악은 상당히 자전적인 성격을 띤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며 겪었던 심리적 변화, 이별의 고통, 자신을 둘러싼 풍경을 느끼는 그대로 묘사한 정직한 가사는 깊고 매혹적인 보이스, 도취적인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와 결합해 가공할만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어둡고 무겁다. 하지만 음악적 접근법이 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대담해졌다는 건 선공개 싱글 'Womxn'만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80년대 인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서 영감을 받은 이 휘황찬란한 트랙은 무려 '디스코'니 말이다.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1년을 꼬박 쉬었어요. 한동안은 곡 작업을 전혀 할 수가 없었죠." 지쳐버린 마음을 추스르는 게 급선무였기에, 콘서트 투어도 중단하고 잠정적인 휴식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Låpsley. 갑자기 쏟아진 세간의 스포트라이트가 열일곱 소녀에겐 부담스럽고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다행히도 그녀는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다. "불현듯 나를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훨씬 쉬워졌죠. 그렇게 조금씩 저 자신에 대해서 깨달아갔어요." 짧지 않은 시간,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마침내 진정한 자신을 발견했다는 Låpsley. 그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과 자아 성찰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곡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녀가 지나온 4년여의 여정을 차근히 뒤밟아본다. Through Water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딸의 열성 팬이신 저희 아빠는 기후 변화와 환경친화적 개발에 대해 연구하시는 세계적인 권위자이세요. 어느 날 회사 화장실에 갔을 때 우연히 아빠의 연설문을 읽었어요. 세면대 수돗물은 틀어 놓고 음성 메모는 켜놓은 상태에서 멍하니 서서 말이에요. 그다음에 곧장 이 노래를 만들었죠. 그러니 이번 앨범은 아빠의 얘기로 시작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My Love Was Like the Rain "상당히 빨리 완성된 트랙이에요. 아시다시피 템포가 빠른 곡은 저와 거리가 멀잖아요. 당시Robyn의 음악을 엄청 들으면서 비슷한 에너지를 제 곡에도 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두운 코드로 흘러가더군요." First "제가 Drake 음악과 아프로비트 장르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 영향이 잘 드러난 곡인 듯해요. 프로듀싱할 때 공간감을 살리려고 신경을 제법 썼죠. 가사의 주제는 맹목적인 집착이에요. 마치 종교나 신앙처럼 대가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누군가를 떠받들거나 매달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죠." Ligne 3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두 달 정도 지냈어요. 전 남자친구가 거기 살았거든요. 늘 트램 3호선(Ligne 3)을 타고 출근했고요. 일 년 동안 푹 쉬자고 마음먹었을 때라 사실 전 프랑스에 머무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혼자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도시를 둘러보는 게 주된 일과였거든요. 꽤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 고독했던 시간과 끝을 향해 가던 관계가 이곡에 담겨있죠." Our Love Is a Garden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트랙이에요. 80년대 4AD 레이블에서 발매했던 음반들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명반이죠. 특히, Cocteau Twins나 This Mortal Coil 같은 밴드의 분위기를 이 곡에 담고 싶었어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건 연애에 관한 노래예요. 서로 다른 둘이만나 관계를 발전 시켜 나가는 과정을 정원에 비유해봤어요, 사랑이란 게 으레 그렇듯이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죠." Leeds Liverpool Canal "일종의 고향 찬가라고나 할까요? 리즈와 리버풀을 잇는 운하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 같은 곳이거든요. 혼자 산책도 하고, 아빠랑 낚시도 하고,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가기도 하죠. 아빠가 물과 자연환경에 관한 일을 하시기도 하고요. 크게 보면 우리 가족의 삶과 늘 연결되어 있었던 거죠." Sadness Is a Shade of Blue "우울증에 관한 곡을 쓰고 싶었어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단단해지기 위한 갖은 노력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제가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동안, 전 남자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그게 저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줬었죠. 그 경험 그대로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고자 했죠." Womxn "상황이 무척 안 좋았을 때 쓴 곡이에요. 이번 앨범을 위해서 맨 처음 만든 노래이기도 하고요. 영국의 프로듀서 Pete O’Grady(a.k.a. Joy Orbison)와 같이 데모 작업을 하고, 싱글로 발매하기 위해서 곧장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요. 사람들에게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 건지 얼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프리뷰 차원에서 먼저 공개하기로 한 거죠." Bonfire "성질 급한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 적당할 것 같네요. 사람 성격이 쉽게 바뀔 리 없지만, 그런 점을 받아들이고 서서히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내가 이 인간을 구슬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요." Speaking of the End "Adele, Florence + the Machine이랑 일했던 Eg White과 함께 작업한 곡이에요. 그의 스튜디오에 갔는데 세상에, 피아노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스튜디오에 피아노가 있는 경우는 사실 굉장히 드물거든요. 그래서 그 피아노를 적극 활용했어요. 보컬 녹음은 원 테이크로 끝냈고요. 노래 가사는 기존의 것을 끝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내용인데, 그게 남녀관계가 될 수도 있겠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걸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 모든 끝과 시작의 과정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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