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것 같았어요." 영국의 전설적인 하드 록 밴드 Def Leppard의 프런트맨 Joe Elliott은 밴드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1979년부터 첫 3년간의 일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밴드는 취향과 성향이 굉장히 확실했어요. Thin Lizzy, Rush, UFO, David Bowie, T. Rex, Slade, Queen, Judas Priest, Black Sabbath, Led Zeppelin, The Beatles, The Rolling Stones, The Kinks, The Who를 한 데 집어넣고 섞은 게 바로 Def Leppard였죠.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단순했고 순진했고 열정적이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 이번에 새로 발매된 'The Early Years'는 멤버들이 아직 10대였던 1978년 11월 녹음된 데뷔 EP와 1980년 1집 앨범 'On Through the Night', 스타 프로듀서 Robert John "Mutt" Lange가 진두지휘했던 1981년 2집 앨범 'High 'N' Dry'를 한 데 합친 리마스터 앨범이다. Def Leppard의 위대한 탄생과 성장, 초창기 역사를 기록한 음악 전기라 할 수 있다. 세 앨범의 오리지널 수록곡뿐만 아니라 앨범 B 사이드와 삭제판, 희귀 음원과 1980년 콘서트의 라이브 음원까지 다수 실려 있어 팬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여기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Joe Elliott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 누구보다 뜨겁고 패기 넘쳤던 로큰롤 키드 Def Leppard의 초창기 시절을 함께 돌이켜보자. Ride Into the Sun "데뷔 EP를 녹음할 당시에 후보곡이 열 곡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다양한 세 곡을 골라 담은 거예요. 이 곡은 베이시스트 Rick Savage와 제가 처음으로 함께 쓴 노래였어요. 그는 기타 리프를 만들었고, 저는 가사를 지었죠.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면서요. 작업은 굉장히 수월했어요. 겨우 40분여 만에 곡을 완성했거든요. 당시 저는 열여덟 살이었고 Rick은 열일곱 살이었어요. 방금 만난 사람이랑 마주 앉아 곡을 쓰고, 호흡이 척척 맞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When the Walls Came Tumbling Down "우리가 어떤 스타일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곡이에요. UFO의 1975년 곡 'Mother Mary'와 코드 진행이나 리프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들어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을 거예요. 가사는 제 친구가 썼어요. 되게 종말론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벽이 허물어질 때, 마치 온 세상이 허물어지고 모든 게 끝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이 노래가 수록된 정규 1집 앨범 'On Through the Night'은 그 유명한 티튼허스트 파크 스타틀링 스튜디오에서 녹음했어요. 이 스튜디오는 1971년에 John Lennon이 살았던 곳이에요. John Lennon의 'Imagin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하얀 피아노가 있는 집이죠. 작업하는 3주 동안 John Lennon이 쓰던 침실을 제가 썼었죠." Bringin’ On the Heartbreak "우리가 파워 발라드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 노래를 그냥 'Rain Song' 정도로 여겼어요. 분위기 전환용으로 좋은 느린 노래라고만 생각했죠. Led Zeppelin의 슬로우 템포 곡처럼요. 느리지만 그걸 발라드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걸 발라드라고 정의하더군요. 아마도 보컬 하모니가 선명하고 풍부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이 곡은 셰필드 외곽 드론필드에 있는 한 제지 공장에서 쓰였어요. 공장 측에서 리허설할 공간을 마련해 줬었죠. 뭔가 우리한테 미안한 게 있었는지 이런저런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한겨울이라서 산업용 히터를 켜놓고 연습을 했던 게 기억이 나요. 사실 원래 제목은 'A Certain Heartache'였는데 Mutt가 살짝 고쳤어요. 가사는 완전히 다시 썼지만, 코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멜로디는 처음 썼던 그대로예요." When the Rain Falls "2집 앨범 'High 'N' Dry'의 오프닝 트랙 'Let It Go'는 바로 이 곡을 바꾼 거예요. 프로듀서 Mutt는 저를 좀 더 프런트맨답게 만들고 싶어 했어요. Van Halen의 David Lee Roth처럼요. 그가 조언하더군요. '가사 자체는 좋은데, 너무 얌전하고 축 처진다. 좀 더 강렬하고 공격적인 느낌이 필요하다.'라고요. 그 말을 참고해서, 'When the Rain Falls'를 좀 더 와일드하고 마초적으로 바꾼 게 바로 'Let It Go'였죠." Good Morning Freedom "정규 1집 앨범 'On Through the Night' B 사이드에 담긴 노래인데, 3분에 맞춰서 만들었어요. 좀 더 생생한 느낌을 살리고 싶을 땐 이걸 골자로 해서 확장하거나 중간에 소리를 쌓아올려도 돼요.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죠. 이 밴드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주로 구사했는지, 당시 제 작곡 성향이 어땠는지 이 곡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코드 세 개로 만든 3분짜리 곡에 중간쯤 리듬 섹션이 확 타이트해지는 이런 구조. 딱 전형적인 Joe Elliott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이렇게 확장 혹은 개조가 가능한 곡을 많이 썼어요. 당시엔 어렸지만 우리는 그 정도의 편곡 실력과 조율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이 노래도 열여섯 살인가 열일곱 살쯤 쓴 거였고요. 이 앨범에서 저는 보통 이 노래부터 들어요. 그만큼 좋아하는 곡이에요. 사실 별생각 없이 단순하게 재미 위주로 만든 거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