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아이돌 그룹이라고 말하는 것은 컴퓨터를 모니터가 달린 타자기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네, 아이돌처럼 노래를 하고, 춤도 추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뽐내죠. 하지만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 일곱 멤버들이 걸어온 길은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입니다. 매번 기록을 갈아치우며 진격하는 이들은 K-Pop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을 뒤흔들어 놓은 게임 체인저가 됐죠. 동시에 방탄소년단은 대중 음악의 힘을 상징합니다. 듣기 쉽고, 중독성 있는 대중 음악으로 방탄소년단은 LGBTQ 정체성부터, 사회 계층 불평등, 정신 건강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제들을 외면하고 있는 세계 각지의 나라 곳곳의 대중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죠.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콘텐츠 노출과 팬과의 유기적인 소통, 그룹 또는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관 등, 이제 K-Pop의 상식처럼 느껴지는 요소들은 방탄소년단의 진화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시작은 비교적 소박했습니다. 2013년 데뷔 당시 힙합 아이돌을 표방한 방탄소년단은 힙합의 거칠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10대와 학교라는 시공간 안에 녹여내며 등장합니다. 이들의 초기 '학교 3부작'은 '청춘 2부작'으로 이어지죠. 미학적 연출과 추상화된 스토리텔링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담는 방탄소년단 특유의 감성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하는 '화양연화' 시리즈로 잠재력을 폭발시킵니다. 여기에 '쩔어', '불타오르네 Fire'로 대표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 실력이 더해졌습니다. 이후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것들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우리가 보고 들은 그대로죠. 2015년 빌보드 200에 네 번째 미니 앨범 '화양연화 Pt.2'를 171위로 처음 입성시킨 뒤, 이들은 빌보드 HOT 100 1위('Dynamite'(2020))를 차지한 최초의 한국 가수가 된 것은 물론, 역시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2018년 5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무려 5장의 앨범을 연속으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리며 '기록소년단'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습니다. 감성 발라드 '봄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조우를 꾀한 'Black Swan', 디스코 팝 'Dynamite'에 이르기까지, 경계도 거침도 없는 방탄소년단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뚜렷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10만 관중 앞에서 노래하든, UN에서 연설을 하든, 이들의 영향력은 사람들의 짐작을 넘어선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응원군 아미(ARMY)가 함께라는 사실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