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On A Conditional Form

Notes On A Conditional Form

"자타가 공인하는 거물급 밴드들도 스물두 곡이나 수록된 대작을 쉽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The 1975는 보란 듯이 그런 통념을 사뿐히 뛰어넘었다. "사실 우리 스스로도 기가 막혔어요. '진짜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되나?' 싶어서 자꾸 웃음이 났죠." 프런트맨 Matthew Healy는 말한다. "3집 앨범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가 제법 큰 성공을 거뒀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다 싶은 건 없지만,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 건 사실이에요. Radiohead와 자꾸만 비교됐으니까요.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 대단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두 번째는 갓 음악을 시작했던 신인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우리는 스파이더맨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던 시절로 돌아갔어요. Ross MacDonald가 베이스를 연주해 줬으면 했던 이유는 대단히 수준이 높다거나 멋져서라기보다는, 그 특유의 거칠었던 느낌과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를 원했기 때문이었죠." 앨범은 환경운동가 Greta Thunberg의 연설로 시작해서 Matthew Healy의 아버지 Tim Healy가 작곡한 곡으로 막을 내린다. 포크와 UK 가라지, Max Martin 스타일의 팝과 빛바랜 느낌의 인디 사운드가 고루 섞여 그 어느 앨범보다 훨씬 다양한 색을 뿜어낸다. 이처럼 음악적 측면에서는 한층 넓어졌지만, 내용면에서는 개인적 성향이 훨씬 강해졌다. "이번 앨범에는 확실히 감정이 많이 실려 있어요." Matthew Healy의 말대로 그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초창기에 발표했던 2015년 발매 싱글 'Love Me' 같은 곡도 자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그대로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기애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한층 진화했다고 볼 수 있죠. 진정한 자기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돼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참모습을 잘 모르고 착각 속에 빠져 살죠.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자기가 슈퍼맨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저는 이번 앨범을 자기반성의 도구로 삼았어요.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자전적이고 진정성 있는 앨범이 탄생했죠." 진중한 자기 탐색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 The 1975의 네 번째 정규 앨범 'Notes on a Conditional Form'. 그 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Matthew Healy의 곡 설명과 함께 알아보자. The 1975 "우리는 '가장 현대적인 선언'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과연 사람은 누구인지 논의해봤어요. 그렇게 스웨덴의 환경운동가인 Greta Thunberg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우리는 그의 연설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최대한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싶어서 어떤 식으로 변환시켜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첫 번째 트랙은 언제나 체크인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메시지는 상당히 희망적인데, 그에 반해 곡 자체는 꽤 어두운 편이에요. 딱 The 1975 스타일이죠.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속내는 우울하거나, 되게 예쁜데 한 편으로 되게 불길하거나. 우리 음악엔 그런 반전 묘미가 있잖아요. 사실 Greta Thunberg는 이미 유명인이에요. 2019년 TIME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꼽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가 누군가의 일화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대중과 대중문화 안에 존재하는 걸 보고 싶었어요." People “이 곡을 통해서 The 1975가 비롯된 바로 그 지점으로 회귀하고 있어요. 처음 밴드를 결성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우리는 Refused나 Converge 같은 밴드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어요. 언젠가 공연이 있어서 앨라배마에 갔는데, 때마침 그때 낙태 법안에 관한 논쟁으로 한창 시끄러웠거든요. 앨라배마는 전면 반대 입장이었고, 우리는 그곳에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사상이 너무나도 팽배해있다는 걸 몸소,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투어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썼어요. 영국 저널리스트 Dorian Lynskey의 말처럼 Sonic Youth의 'Youth Against Fascism'을 The 1975 버전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그런 곡이에요. 변화에 대한 두려움, 세상에 대한 무관심, 의무감이라는 게 사람을 얼마나 편협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투에 광기가 살짝 있어요. 극도로 심각하고 강경한 앨라배마의 태도에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광기 어린 행동으로 맞대응하고 싶었거든요.” The End (Music for Cars) "제목 뒤에 '(Music for Cars)'가 붙은 이유는 이 곡이 2013년 EP 'Music for Cars'에 있는 앰비언트 곡 'Hnscc'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한 적 없는데, 'Hnscc'는 사실 죽음에 관한 노래예요. 가족 중 한 명을 잃고 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거든요. 'Music for Cars'는 그때를 뜻하는 비공식 타이틀인 셈이죠." Frail State of Mind "10대 초반쯤에 우리는 하드코어에 엄청 심취해 있었어요. 걸핏하면 짐승처럼 소리를 질러댔죠. 영국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댄스 뮤직도 엄청 좋아했고요. 이 곡을 들을 때 Burial이나 MJ Cole이 연상되는 건 어쩌면 당연해요. 저는 가라지 사운드가 내뿜는 어두운 느낌이 참 좋았어요. 듣고 있으면 꿈꾸는 것 같기도 하고, 한밤중에 차창 밖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가로등이 켜진 런던 외곽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래퍼 Mike Skinner가 10대 후반을 돌이켜보면, 클럽이나 공연장에서는 가라지 음악의 에너지가 조금 버겁게 느껴졌었대요. 그래서 현장에 직접 가기보다는 친구네 집이나 차에서 대마초를 느긋이 피우며 듣는 걸 더 즐겼다더군요. 저도 그랬어요. 틈만 나면 차 안에서 음악을 들었죠. 그러다 집으로 가서 팀 드러머이자 공동 프로듀서 George Daniel이랑 마주 앉아 곡을 쓰고, 그걸 또 차 안에서 어떻게 들리는지 보고. 그러길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한때였던 것 같아요." Streaming "초창기에 지향했던 사운드 스타일을 되살린 거라고 보시면 돼요. Cult of Luna와 Godspeed You! Black Emperor, Sigur Rós 같은 거장들과 UK 가라지 뮤직에 대한 헌사죠. 거기에 이모 사운드를 살짝 가미한 느낌이랄까요. 우리는 맘에 드는 앰비언트 뮤직이 있으면 그걸 '피노키오스럽다.'라고 표현해요. 상당히 사실적으로 가짜가 아닌 진짜처럼 들린다는 의미에요. Sigur Rós 음악이 유독 그래요. 눈에 보이는 자연 풍경을 소리에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달까요. 음악인데도 상당히 시각적이고 공감각적이라서 질감이나 온도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희의 최근 곡들과 비교해 보면 이런 실제적인 스타일에서 조금 멀어진 건 사실이죠.” The Birthday Party “신규 앨범을 구상하며 쓴 첫 곡이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 쓴 것 같아요. 예상했던 대로 듣고 다들 격하게 흥분했었죠. 원래는 이걸 맨 처음에 선보일 생각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투어를 시작했는데, 투어 중간에 'People'을 썼고 그게 결국 첫 싱글이 됐죠. '보자, 그럼 이걸 언제쯤 발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네 번째 싱글이 되었네요.” Yeah I Know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이에요!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요. 덥스텝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일렉트로닉 뮤직 레이블인 Hyperdub 음악이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신스랑 드럼 키트로만 만든 엄청 미니멀한 레이브 뮤직도 생각나요. 어릴 때 자주 들었거든요. 또, 우리 모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Thom Yorke의 열성 팬이라 그 영향도 없지 않은 것 같아요." Then Because She Goes "이 곡에는 브리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곡 길이가 워낙 짧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엔 삶에 대한 제 생각과 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덧없는 아름다움, 빛바랜 듯한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달까요. 이건 중요한 포인트예요. 제가 좋아하는 곡들에는 공통적으로 이런 느낌이 있거든요. 슈게이즈 곡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고요. 아무래도 90년대 Pavement 음악이나 Liz Phair 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특히 글래스고 인디 록 밴드 Life Without Buildings 느낌이 많이 나요. 저는 이렇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나는 팝송이 좋아요. My Bloody Valentine이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Polaroid처럼 말이에요. 화사하고 명랑하면서 한 편으로 확 타오르는 듯한 그런 느낌은 앨범 전반에 걸쳐 있어요. 기본적으로 앨범 색이 따뜻하거든요. 저라는 사람의 성격이나 정치적 성향 자체도 그렇고, 앨범을 만든 시기도 그렇고. 이런 색깔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Jesus Christ 2005 God Bless America "막 앨범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작업한 노래인데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미국적인 것 같아요. 이전 앨범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같기도 해요. 꼭 그때 쓴 것 같을 정도라니까요.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포크 뮤직의 요소가 상당히 많이 가미되어 있어요. 저는 원래 콜라보를 잘 안 해요. 진짜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할 땐 Phoebe Bridgers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같이 곡을 쓰면 희한하게 술술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혹은 보컬의 질감을 약간 다르게 살리고 싶을 때 그에게 SOS를 청했죠. 'Roadkill'이랑 'Playing on My Mind'에 들어간 백업 보컬도 전부 Phoebe 목소리예요." Roadkill "이 노래의 주인공은 미국을 여행 중이에요. 모든 것에 완전히 지친 상태로 새로운 뭔가를 찾아 길을 떠난 거죠. 여행 중 일화들, 예를 들어 소변이 너무 급해서 텍사스 교차로 한가운데서 실례를 했다던가, 뭐 그런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얘기하는 거예요. 사실 어떤 느낌이라고 딱 잘라 말을 못 하겠어요. 어떻게 들으면 Pinegrove 음악 같기도 하고, 한때 엄청 좋아했던 Limbeck 음악 같기도 하거든요." Me & You Together Song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꿈꾸는 것처럼 모호한 느낌이면서, 낱낱이 부서지고 해체되어 있어요. 초창기 EP들이랑 느낌이 상당히 흡사하죠. 마치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하드코어 팬들 중에 많은 분이 우리 EP를 상당히 좋게 평가해 주세요. 많은 애착을 갖고 계시고, 사실상 우리 밴드의 첫 앨범이라고 생각들 하시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추구하는 음악은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음악'이에요. 예쁜 것과는 달라요. 부서져 있거나, 덜그럭거리거나, 심하게 일그러지거나. 그런 식으로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 안에 뭔가 궁극적이고 근본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사실 이번 앨범 전체가 그래요. 이 곡은 그걸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고요." I Think There's Something You Should Know "이 노래의 주제는 명백해요. 바로 가면 증후군, 우울증, 고립감이죠. 이 곡에는 참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먼저 꺼내려고 하지도 않고요.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같아요. 사실 즐거운 얘기는 아니잖아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나 괴로운 생각을 밖으로 꺼내서 공론화시키는 것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하잖아요. 그래서 그에 대한 논의나 대화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Nothing Revealed / Everything Denied "로파이 힙합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이에요. George가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쓴 건데, 제가 거기에다가 거칠거칠한 느낌의 브레이크 비트를 얹었죠. 가끔은 이런 식으로 즉석에서 작업하는 것도 참 재밌어요.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거나 좀 더 발전시킬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프로듀서 모드로 전환할 수 있어요. 프로듀서들이 보통 그렇듯이 우리는 J Dilla와 그가 만든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가사 측면에서 이 곡은 좀 더 자기 성찰적이에요. 아티스트로서의 내 모습이 일부 담겨 있기도 하고요. 만약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걸 혼자서 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들어올 여지를 일절 주지 않는다면, 일부러라도 자리를 좀 비워둘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창의적인 게 나와요. 혼자서 하다 보면 결국 아이디어가 고일 수밖에 없거든요. 음악적으로 뭔가를 하긴 하는데 도전정신은 그리 강하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런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과의 연계나 예측을 통해야만 흥미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죠." Tonight (I Wish I Was Your Boy) "90년대 후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매우 정석적인 팝 튠이에요. 초창기 시절 Max Martin에게 띄우는 송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노래는 Backstreet Boys를 비롯해 제가 자라면서 들었던 팝 음악을 전부 다 떠오르게 만들어요. 노래 시작 부분에 The Temptations의 샘플이 쓰였는데, Kanye West나 그 비슷한 뭔가가 연상되기도 해요. 사실 이 곡은 이번 앨범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트랙이에요. 어쩌다 이런 게 나왔는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듣고 있으면 정말 맘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니까요. 우리는 복고 스타일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요. 그 무엇도 모방하지 않아요. 절대로요. 하지만, 우리가 크면서 접했던 특정 시기의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정서적으로, 지분이 상당하죠." Shiny Collarbone "자메이카 댄스홀 뮤지션 Cutty Ranks가 이 곡의 보컬 파트를 전부 도맡아 줬어요. 원래는 샘플을 쓸 생각이었는데, 허락을 맡으려고 연락을 했더니 그냥 전부 다시 불러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됐어요. 이 노래는 맨체스터 사운드 그 자체예요. 깊고 어둡고 여유롭고 꿈결 같은 딥 하우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것 같아요. 갈라지고 부서진 파편들을 잔뜩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고요. 이 곡은 George의 방식을 많이 따른 거예요. George는 제게 '표현력이 참 풍부하다.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할 줄 안다.'라고 항상 얘기해요. 음악 외의 것에서도 자기표현을 잘한대요. 제가 쓴 가사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나 봐요. 그런 저와는 달리 George는 평소 자기표현이 서투른 편이에요. 그래서 말 대신 소리로, 음향적인 걸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해요. 사운드가 곧 George가 구사하는 언어인 거죠. 그러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하고, 강박적으로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거예요. 우리 음악 대부분이 강박적 성향을 띠는 이유가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되죠." If You’re Too Shy (Let Me Know) "초창기에 많이 들려드렸던 음악들, 가장 The 1975답다고 생각하는 그런 음악들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 있나 봐요. 저희와 비슷하다고 평가되는 밴드나 저희의 스타일을 표방한다는 밴드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보통 80년대 팝과 포스트 펑크 색이 짙었던 초창기 The 1975 음악과 많이 닮아 있어요. 사실 저희 앨범에서도 종종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요. 그게 우리 밴드가 가진 DNA니까요. 피에 그런 기질이 흐르거든요. 이 곡은 이번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이랑은 톤이 완전히 달라요. 이런 느낌이 어디에도 없어요. 확실히 좀 튀긴 하는데, 저는 맘에 들어요." Playing on My Mind "이 노래는 James Taylor나 Jackson Browne을 떠오르게 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Phoebe가 백업 보컬로 참여했어요. 어떤 곡을 썼을 때 거기에 Phoebe가 하모니를 넣거나 뭔가를 더하거나 하면 곡이 완전히 달라져요. 덕분에 굉장히 쉽고 편하게 작업했죠. 아마 제가 쓴 노래 중에 가장 웃긴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들을 때마다 피식 웃게 되는 구절이 몇 군데 있는데, 특히 좋아하는 가사는 이거예요. 'I won’t get clothes online 'cause I get worried about the fit/ That rule don’t apply concerning my relationships.' 이 라인이 저를 정말로 잘 요약해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Having No Head "이건 George 곡이에요. 전부 George가 썼고, 타이틀도 George가 붙였어요. 이런 곡은 이번 앨범에서 유일무이하죠. 그는 동양 철학에 조예가 깊어요.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으실 텐데. 실은 저도 몰라요. George의 사색, 그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거든요. 제 느낌엔 그래요. 거대하고 복잡 미묘한 곡 분위기, 아트워크. 그 모든 것이 태피스트리처럼 얽혀 있는 것 같아요. 이게 그만의 표현 방식이죠." What Should I Say "이건 하우스 곡인데, 솔직히 말해서 2년 동안 정말 골칫거리였어요. 원래 3집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에 실으려고 했던 건데, 아마도 곡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소셜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이고, 맨체스터 사운드 느낌이에요. 이유야 어쨌든, 곡 만드는 내내 New Order가 떠올랐어요. 사실 작업하는 동안 몇 번인가 New Order를 만났었어요. 심지어 최근엔 Brian Eno도 만났고요. 이런 대단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고, 그 정도 위치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자신감 혹은 그 비슷한 뭔가를 주는 것 같아요." Bagsy Not in Net "앨범 작업을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자체 심의 과정까지 거치고 나니까 스물한 곡이 남더라고요. 우리는 생각했어요. '어라? 잠깐! 원래 스물두 곡이었는데?!' 물론 선주문도 걸려 있었고 발매 일정에 지장을 주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대로 앨범을 발표하는 건 왠지 용납이 안 됐어요. 그렇다고 인터루드 같은 걸 집어넣어서 양만 채우고 싶지는 않았고, 진짜 영양가 있고 제대로 된 곡을 담고 싶었어요. 우리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자부할 수 있게끔 알차게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추가로 만들게 된 게 이 곡이에요. 기본적으로 스트링 샘플이 사용됐어요. 최근에 Mike Skinner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대화 주제가 이 노래 쪽으로 막 전환됐을 때 George가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너무 맘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부랴부랴 마이크 설치하고 곧바로 레코딩에 돌입했어요. 거의 하루 만에 모든 녹음을 전부 마쳤죠. '사랑하는 사람과 한날 한시에 죽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라는 게 가사 내용이에요. 4집 앨범 색이 어떤지 단번에 알고 싶다 한다면, 저는 이 곡을 들어보라고 할 거예요. 만드는 도중엔 몰랐지만 완성하고 나서 바로 알았거든요. 결국 이 곡이 이번 앨범의 대표곡이 될 거라고 말이에요." Don’t Worry "이 곡 원작자는 저희 아버지예요. 그걸 저희 스타일로 재해석한 거죠. 제가 기억하기로 태어나서 처음 들었던 노래가 아마 이 곡이었을 거예요. 1989년, 1990년 그쯤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아빠는 밴드 멤버였어요. 진짜 별 볼 일 없는 밴드였죠. 아빠는 저를 낳고 산후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위해서 이 노래를 썼대요. 그러니 써둔 지 족히 30년은 된 거죠. 아빠가 피아노로 연주해 주셔서 더 선명하게 각인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이 나와 내 가족, 내 인생에 대한 앨범이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이 곡은 응당 들어가야 마땅했어요. 노래는 아빠와 제가 같이 불렀어요.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순간이었죠. 아빠는 정말 훌륭한 작곡가예요. 저희가 편곡한 걸 아빠가 너무 맘에 들어 해주시고, 이렇게 앨범에 실린 걸 무척 뿌듯해하셔서 저도 정말 기뻤어요." Guys "가만 보면 연인 말고 친구나 동료, 혹은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는 별로 없어요. 그렇죠? 록 카테고리 안에는 더더욱 없고, 이성애자 남자 가수들이 부른 것도 드물어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그들이 없는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혼자 산다는 게 얼마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 곡을 잘 안 써요. 다들 그런 식의 애정 표현에 서툴고, 낯간지럽다고 생각들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멤버들이 서로에게 항상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우리가 솔로였다고 상상해봐! 투어도 혼자 다니고, 만날 혼자 있다고 상상해보라고!'예요. 솔직히 상상이 안 돼요. 우리는 열세 살 때부터 붙어 지냈어요. 서로에게 더없이 좋은 동료이자 세상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죠. 한 번 다툰 적도 없어요. 멤버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이 곡은 그런 우리들의 진실한 우정,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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