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Your Pleasure?

What's Your Pleasure?

'현실 도피'. 네 번째 앨범 'What's Your Pleasure?'를 만드는 동안 Jessie Ware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 한 단어만 있었다. "다 됐고, 재미있었으면 했어요. '들으면 정신없이 춤추고 싶어지는 앨범, 섹스가 하고 싶어지는 앨범'을 만들자는 게 전제조건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족이 있으니까, 외출을 하거나 방탕하게 놀 일은 사실 별로 없었지만요." 골치 아픈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드는 음악, 짜릿한 흥분과 재미가 넘치는 음악을 담고 싶었던 Jessie Ware는 소울과 디스코 바이브로 가득한 도취적인 댄스 팝 멜로디로 앨범을 빼곡하게 채웠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음악이 이토록 필요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난데없는 팬데믹에 전 세계가 멈추고 모두가 옴짝달싹 못하게 될 거라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Jessie Ware는 이렇게 말한다. "기쁨과 즐거움이 막 흘러넘치는 앨범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지금 세상이 아주 난리잖아요. 이 앨범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혼잡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완성하기까지 실제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Jessie Ware는 Simian Mobile Disco의 James Ford, Metronomy의 Joseph Mount, Dua Lipa, Lizzo와 작업한 Clarence Coffee Jr.와 함께 2년 넘게 작업에 매달렸다. 감미롭게 속삭이는 보컬, 드라마틱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도 물론 돋보이지만, 새 앨범 'What's Your Pleasure?'에서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바로 심장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다이내믹한 베이스 라인이다. 그로 인해 앨범은 역동적이고 댄서블한 바이브를 한껏 발산한다. 분명, Jessie Ware하면 떠오르는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와는 사뭇 거리가 먼 작품이다. "사람들이 들으면서 '대체 언제쯤이면 분위기가 가라앉으려나'하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어떤 의미에서 반항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에게 처음 명성을 가져다준 댄스 씬으로 회귀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다음엔 대체 뭐가 올까?' 하면서 기대감에 들뜨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대체 그는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음악색을 바꾼 걸까? "음악을 하는 게 재밌지 않았어요. 다 지루하고 형편없게 느껴졌죠." 2018년 콘서트 투어는 공교롭게도 그를 환멸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음악을 그만두라는 어머니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바로 '충격 요법'이라고. "저 자신을 시험해야 한다고, '음악은 즐거운 것'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변신해보기로 했고,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 앨범을 통해 잃었던 활력과 자신감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이제부터는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새로운 추진력을 얻은 것 같달까요. 이전 앨범을 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스스로도 믿기 힘들 정도로 의욕이 넘쳐요. 매 순간이 너무나 놀랍고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는 Jessie Ware. 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마음으로 새 앨범 'What's Your Pleasure?'를 소개한다. Spotlight "첫 작곡 세션에서 쓴 노래예요. James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우리 다 거기에 꽂혀버렸죠. 이 노래는 굉장히 극적이고 재즈스러운 분위기로 시작해요. 원래는 빼려고 했지만 앨범에 극명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과장된 측면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결국 집어넣었는데, 드라마틱한 인트로 덕분에 오프닝 느낌이 제대로 확 살아난 것 같아요. 그야말로 완벽한 스타트라고 할 수 있죠. 단숨에 리스너들을 사로잡잖아요. 동시에, 앨범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하고요. 꼭 '어서 내 세상으로 들어오라'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요. Jessie Ware하면 으레 연상되는 특유의 우울감도 약간 묻어나고요." What’s Your Pleasure? "유독 일이 안 되는 날이 있잖아요. 그날이 그랬어요. 하루 종일 작업실에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죠. 그러다 밥이나 먹자 하고 다 같이 밖으로 나갔어요. '뭐, 이런 날도 있지'하면서 넘기려고 했죠. 이후에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내가 지금 클럽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곳에는 섹스와 유혹, 욕망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나는 누군가와 신나게 춤추고 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이에요. 저희는 '최대한 허무맹랑하게 한 번 써보자'라고 뜻을 모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모두 어떤 말이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라는 가정 하에 이런저런 상상을 펼치기 시작했어요. 너무 웃겨서 곡을 쓰는 내내 같이 낄낄거렸지 뭐예요. 놀랍게도 곡은 20여 분 만에 완성됐어요. James가 비트를 만들었는데, DJ Shadow 노래가 떠오르더라고요. 진짜 끝내줬어요. 어쩌다 보니 환각적인 느낌이 강해지긴 했지만, 신시사이저가 내뿜는 어두운 기운과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조합이었죠." Ooh La La "이 'Ooh La La'도 엄청 넉살스럽고 풍자로 가득한 노래예요. 짓궂기도 하고요.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점잖은 척하는 새침데기들이에요. 엄청 예의 바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예의라고는 쥐뿔도 없죠. 들으시다시피 사운드가 굉장히 펑키하고 캐치한 동시에 매우 기발해요. 보컬 톤도 이리저리 휘둘리는 느낌이 아니라 똑 부러지고 단호한 느낌이고요." Soul Control "Janet Jackson을 생각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어요.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노래예요. 방송에서 틀 걸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작업해서 그런지 상당히 자유분방하죠. 그렇다고 제멋대로인 건 아니에요. 재밌고 웃길 뿐이죠. 제 노래 중에 템포가 가장 빠른 곡이에요. '아,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고 스스로도 좀 놀랐어요. 이 에너지를 앨범 마지막까지 쭉 유지하고 싶었죠. 듣는 사람들이 '대체 언제쯤이면 분위기가 좀 가라앉으려나'생각하길 바랐거든요." Save A Kiss "이 노래를 듣고 약간 식겁했었어요. Ed Sheeran이 '곡을 듣고 약간 식겁했다면 곡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뜻'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여기서는 저만의 서정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제 팬들이 좋아하는 'Jessie Ware의 감성'이라는 게 분명 있잖아요. 그걸 제대로 살려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댄스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대한 적나라하고 솔직한 느낌으로, 가사가 잘 와닿고 멜로디를 따라 부르고 싶게끔 만들려고 신경을 많이 썼죠. 원래 이런저런 효과를 잔뜩 집어넣었었는데, James 스타일이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전부 다 빼버렸어요. 완성하기 가장 어려웠던 곡이었죠. 이 'Save a Kiss'에서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짜릿함이 느껴지길 바랐어요. Kate Bush 느낌도 있었으면 했고요." Adore You "임신했을 때 이 노래를 썼어요. Joseph Mount랑 처음 작업했는데, 둘 다 약간 어색해했었죠. 전 긴장하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데 이게 의외로 곡과 잘 어울렸어요. 덕분에 여리고 섬세한 느낌이 제대로 살았거든요. 정말 너무 좋았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생각했어요. 사랑에 푹 빠졌었고, 이 감정들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거였죠. 사실 사운드 자체는 강렬한 편인데, 신기하게도 그 안에 로맨틱함과 상냥함, 최면을 거는 듯한 몽롱함이 모두 녹아있어요. Joseph의 남다른 감각이 제대로 빛을 발했죠.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노래예요. 아이를 낳으러 가기 전에, 곧 돌아오겠다는 의미로 이 곡을 싱글로 먼저 발표했어요. 사실 너무 좋아해 주는 팬들을 보면서 '이 노래는 레코드에 넣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었어요. 이번 앨범에 있어서 너무 중요한 노래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곡은 제작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기억에 남아요. Joseph이랑 정말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거든요. 컬래버레이션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준 노래랄까요. 그 부분에서 큰 자부심을 느껴요." In Your Eyes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쓴 노래예요. James와 함께 만들었죠. 이 곡에는 절망과 슬픔이 가득 담겨 있어요. 곡을 쓰던 당시의 제 상황이 그랬거든요. 더없이 비통해하면서 스스로를 고문하다시피 했었죠. 윙윙거리는 아르페지오와 비트에는 극도로 불안했던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어요. 그 어둡고 습한 기운을 여러분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예요.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죠. 스트링 파트는 Jules Buckley가 맡아줬어요. 연주는 정말 굉장했어요. 듣고 있으면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하지만 곡 안에서는 별로 돋보이지 않아서, 아쉽게도 많이 빼야 했어요." Step Into My Life "런던 아티스트 Kindness와 함께 만든 곡이에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죠. 후렴구를 R&B 풍으로 만들고 싶었고, 은밀하면서 사악하고 음흉한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러스는 또 상당히 디스코스러워요. 다채로운 바이브가 공존하죠. 특히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Adam의 목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듣고 있으면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 같거든요. 직접 도와줄 수는 없지만, 함께 공감할 수는 있죠. 일단 곡 자체가 굉장히 그루비하고 흥겨워서, 파티 분위기를 띄우고 싶을 때나 댄스 플로어에서 틀기 딱 좋으실 거예요." Read My Lips "James와 저 단둘이서 만든 노래예요. 상당히 버블검 팝스러운 노래죠. Lisa Lisa & Cult Jam, Full Force가 부른 'I Wonder If I Take You Home'라는 곡이 있어요. 이 노래의 베이스 라인이 정말 멋지거든요. 그래서 한 번 따라 해 봤어요. 보컬 파트는 일부러 느리고 낮게 녹음했어요. 그래서 정상 속도로 플레이하면, 원래 톤보다 더 높고 밝게 들려요. 목소리가 훨씬 귀여워지죠. 사실 저는 약간 삐걱거리는 느낌이 나기를 원했었어요. 아시다시피 제 실제 목소리 톤은 낮고 우울하잖아요. 그래서 라이브를 하게 되면 이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고민이에요. 코를 막고 코맹맹이 소리라도 내야 할까 봐요." Mirage (Don’t Stop) "베이스 라인이 정말 기가 막히죠. BADBADNOTGOOD의 Matt Tavares가 베이스를 맡아줬어요. 열정과 재능이 넘치고,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사람이에요. 또 영국 프로듀서 Benji B, 미국 프로듀서 Clarence Coffee Jr.랑 공동 작곡했어요. 함께 작업하면서 자신감과 활력을 많이 되찾았죠. 보통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작업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편인데, 이번엔 희한하게 괜찮았어요. 가사를 보시면 'Don't stop moving'라는 문장이 있어요. 너무 노골적인 게 아닌가 싶어서 쓸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Benji B가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싶다면서. 그럼 이보다 더 완벽한 가사는 없지.'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Benji B가 괜찮다면 좋다고 생각해서 쓰게 됐죠." The Kill "최면적인 느낌이 상당히 강한 노래예요. 깊은 밤처럼 굉장히 어두운데, 사운드들이 축축 늘어지면서 분위기가 더더욱 짙어지죠. 설명하기도 좀 까다로워요. 가사는 '당신을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어떤 사람'에 대한 건데, 불안과 시름이 가득해요. 전반적으로 영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요. 여기 나오는 현악 파트도 역시 Jules Buckley가 맡아줬어요. 저는 차를 타고 내달리는 듯한 질주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가는 느낌말이에요. Primal Scream이나 Massive Attack 노래처럼 들렸으면 했어요. 라이브를 할 때는 소리를 계속해서 쌓아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매우 어두운 노래지만, 끝으로 가면서 조금씩 환해지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해요. 어둠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요." Remember Where You Are "Boris Johnson이 막 총리에 임명됐을 때 쓴 노래인데, 당시 나라 돌아가는 꼴이 정말 처참했거든요. 'The heart of the city is on fire'라는 가사가 말해주듯이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었어요. 그런 엉망진창인 세상을 각성시키고 싶었죠. 사운드는 밝게 들릴지 몰라도 가사는 전혀 아니에요.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 끌어안고 보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잊지 말고, 당신 곁에 누가 있는지 기억하라'라는 메시지를 노래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어요. 또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다'라고, 매우 담대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죠. 제가 쓴 최고의 노래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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