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ed by True Ev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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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모님 집에 갔을 때 오래전 녹화해 둔 홈 비디오를 잔뜩 챙겨왔어요. 그걸 이틀 동안 밤을 새가며 봤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말이에요." 2018년 선보인 가스펠 앨범 'Hiding Place' 이후 1년 만에 세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LA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Tori Kelly. 부모에게서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그녀는 자신의 가족사와 결혼에 얽힌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풀어놓았다. "이번 3집은 2집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지난 앨범 'Hiding Place'가 '나는 힘든 시기를 이렇게 극복했다.'라고 말한 작품이라면, 이번 앨범은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거든요." 인터뷰 내용에 걸맞게, Kelly는 이 앨범에서 사랑, 삶의 희망, 성장, 결핍, 인간의 나이 듦과 같은 보편적 주제들을 다룬다. 여러 실력파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R&B, 소울, 블루스, 어쿠스틱 팝 등 다양한 스타일로 채워 사운드 면에서도 알차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생한 인생 스토리로 가득한 Tory Kelly의 음악 일기장을 한 곡 한 곡 찬찬히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Coffee" "이 노래는 장거리 연애에 관한 노래예요. 남편은 독일에서 활동하던 농구선수였고, 저는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음악 활동을 했죠. 서로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들었어요. Tayla Parx랑 Nate Campany와 함께 곡을 썼어요. 이 노래가 한 편의 시와 같길 바랐는데 의도한 대로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앨범에서 가장 애착을 갖는 곡 중 하나예요." "Change Your Mind" "남편이 제게 프로포즈를 하고 일주일쯤 후에 이 곡을 썼어요. 가사를 보면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 소식을 듣고도 별로 기뻐하질 않으시더라고요. 아마 귀한 딸을 떠나보내는 게 서운해서 그러셨지 싶어요. 자식의 결혼은 가족에게 있어서 큰 사건이고 변화니까요. 이해가 가긴 했지만, 한편으론 무척 속상했어요. 주위에서 너무 말이 많았기 때문에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웠죠.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뭐, 다 괜찮아졌지만요." "Language" "이 앨범에 들어간 노래 중 제일 처음 쓴 곡이에요.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곡이기도 하고요. 그 많고 많은 장르를 돌고 돌아서 결국엔 처음 자리인 블루스로 돌아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해요.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좀 장난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연애라는 게 항상 장밋빛일 수만은 없잖아요. 누군가와 사귀다 보면 으레 다투거나 신경전을 벌이게 마련이죠. 근데 좀 싸우면 어때요. 결국 서로를 택하게 되어있는걸. 좀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우리 커플의 관계가 시작보다 끝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2 Places" "Tayla Parx, Nate Campany와 함께 쓴 곡이에요. 두 사람이 워낙에 알아서 잘 해준 덕분에 내가 굳이 방향을 명확하게 짚어줄 필요가 없었어요. 당시에 저는 정신적으로 매우 안 좋았어요. 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죠. 그저 지금 내가 스스로의 감정에 억눌려 있고 이런저런 것들에 얽매여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뿐이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제 상황이 좀 더 명확하게 이해가 돼요. 저에겐 멋진 연인이 있었고 그와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어요. 근데 한편으로 저희 부모님은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죠. 어떤 때는 기분이 바닥을 쳤다가 금세 즐거웠다가, 기분이 극단적으로 오락가락해요. 이 노래는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표출한 저의 이모 송(emo song)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때로 자신의 감정에 짓눌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Kid I Used to Know" "제게 있어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생각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어릴 땐 세상에 딱히 관심이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도 높았죠. 그렇게 순수했던 시절의 감정이 그리웠어요." "Pretty Fades" "이것도 남편과 결혼 전에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곡이에요. 우리는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는 ‘걱정 마. 난 네가 못생겨져도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라고 말했죠. 나름 다정한 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너무 화가 났어요. '잠깐,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사람은 누구나 다 늙게 마련인데, 난 왜 이 부분을 걸고넘어지는 거지?' 순간 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들었죠.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의 차이에 대해서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남편에게 참 고마워요. 노래에 영감을 줄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걸 상기시켜줬으니까요." "Sorry Would Go a Long Way" "아빠가 엄마를 떠났을 때, 가족 모두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가슴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응어리졌죠.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을, 저는 음악으로 표출하곤 했어요. 음악은 언제나 제 감정의 배출구가 되어줬죠. 이 노래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어요. Bruno Major랑 Jimmy Napes와 함께 곡을 썼는데 Bruno가 쓴 기타 코드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멋져요. 녹음할 때 직접 연주도 해줬어요. 우리는 부스에 같이 들어가서 한 번에 녹음을 끝냈어요. 저는 단지 이 이야기를 노래로 털어놓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단지 하나의 관점일 뿐일 수도 있고 굳이 내 얘기를 전부 다 늘어놓을 필요도 없지만, 어찌 됐든 이런 식으로 제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아요." "Actress" "건너 건너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였어요. 그들은 모두 배우 지망생들이었죠. 제가 물어봤어요.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 둘 중 뭐가 더 어렵냐?'라고요. 그랬더니 그중 한 명이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훨씬 쉽다.'라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얘기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하고 떠올랐어요. 멋진 노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The Lie" "거짓말이 뭔가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이 노래가 'Actress' 바로 다음에 이어진다는 게 참 재밌어요. 가수는 어찌 보면 배우와 다를 게 없어요. 노래를 부르는 건 노래 속 화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이 노래는 내가 만약 돈이나 명예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 거예요. 처음에는 이 모든 게 대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제대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정말 무섭고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Until I Think of You" "처음엔 보컬에 섞인 쇳소리랑 거친 느낌이 맘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녹음을 다시 했는데, 결국엔 맨 처음의 스크래치 보컬 테이크를 택했죠. 거친 보컬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 같은 게 있었거든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어둠 속에 갇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반드시 그 안에도 빛과 희망이 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예요." "Your Words" "이 노래 바로 앞에 있는, '3/26/1994'라는 간주곡은 저희 할아버지가 실제로 헌아식에서 저를 위해 기도하는 목소리를 담았어요. 그 영상을 찾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보고 싶어졌어요. 사실 제가 이런 노래를 쓰게 될지 몰랐어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거든요. 이 곡은 할아버지 인생을 일대기처럼 쓴 거예요. 자메이카에서 자라서 퀸즈로 이주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죠. 노래에 벽난로와 산속 오두막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공간이 바로 거기여서 그래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족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의 조언이 너무나 간절했어요." "Before the Dawn" "곧 해가 뜨려고 지금 이렇게 어두운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이 앨범을 끝맺고 싶었어요. '원하는 걸 가지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라는 것과 같은 맥락의 가사, 이를테면 'What's a rose without a thorn' 같은 문장 몇 줄을 핸드폰에 메모해 놨었죠. 곡을 완성하고, 우리가 만든 최고의 노래 중 하나라고 다 같이 입을 모았어요. 이 노래 뒤에 굳이 뭘 붙일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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