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 DREW 우리가 그려왔던

WHAT WE DREW 우리가 그려왔던

하우스와 R&B, 힙합을 블렌딩한 감각적인 사운드, 간지럽게 속삭이는 듯한 매혹적인 목소리, 유니크하고 칠한 바이브로 리스너들의 취향을 정조준한 한국계 미국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Kathy Yaeji Lee (a.k.a. Yaeji). Yaeji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raingurl'나 'drink i’m sippin on' 같은 트랙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섞어 자신의 두 가지 정체성과 유연한 모드 전환 능력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신명나는 파티 바이브와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색 역시 여전하다. 이번 믹스테이프를 작업하는 동안 Yaeji는 새로운 프로덕션 테크닉을 한껏 흡수하여 음악적 폭을 더욱 넓혔다. "이제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음악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어요."라는 그의 말대로 2000년대 보사노바의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니카 및 1980~1990년대 한국 인디 록,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R&B 소울 등 다양한 사운드의 영향을 받은 각각의 트랙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반짝반짝 빛을 낸다. Yaeji는 올해 초 영국 명문 인디 레이블 XL Recordings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번 신보는 계약 이전부터 작업하기 시작한 것으로, 스스로 '뮤직 다이어리'라고 일컬을 정도로 개인적인 이야기와 은밀한 감정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쉼 없는 변화 속에서 고요와 평안을 갈망하는 'IN PLACE 그 자리 그대로',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탐닉하는 'WAKING UP DOWN'과 'MONEY CAN’T BUY',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포착한 'WHAT WE DREW 우리가 그려왔던'과 'IN THE MIRROR 거울'을 비롯해 비범한 음악적 재기와 예리한 통찰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각양각색 트랙들로 앨범은 근사하게 채워졌다. "제 음악이 긍정을 부르는 주문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Yaeji의 새 앨범을 그가 덧붙인 설명과 함께 살펴보자. MY IMAGINATION 상상 "제 감정을 상당히 자극하는 곡이에요. 이 노래에서 저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를 따른다면'이라는 메시지와 '상상'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하는데요, 이렇게 같은 문구를 끝없이 되풀이함으로써 순환적이고 연속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느긋하고 편안하면서 매끄럽게 감겼으면 했고요.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줘서 다음 곡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거죠." WHAT WE DREW 우리가 그려왔던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오래된 노래에요. 많은 변화를 맞닥뜨리면서 한창 성장통에 시달리던 시기에 썼던 곡이죠. 감정적으로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곁을 지켜준 가족들 덕에 버텨낼 수 있었어요. 한국 사람들은 가족 개념을 굉장히 중시해요. 내 가족에게라면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퍼주죠. 그래서인지 한국이란 나라를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벅차요. 1년 반쯤 전인가? 아빠가 제게 스캣 비슷한 걸 카톡으로 보내셨어요. '곡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보내니까 쓸 만하다 싶으면 써.'라면서요. 믹스테이프를 거의 완성했을 즈음에 불현듯 그 메시지가 떠올랐어요. 이 곡에 집어넣으면 정말 딱이겠다 싶었죠." IN PLACE 그 자리 그대로 "친구들이랑 Stevie Wonder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영감을 얻어서 쓴 곡이에요. 1972년 'The David Frost Show'에서 The Carpenters의 'Close to You'를 커버했던 무대였는데, 토크 박스를 사용했었죠. 토크 박스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사운드가 너무 좋았어요. 무대는 너무나 유쾌했고, 연주도 노래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요. 모든 것이 완벽했죠.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박혀버릴 정도로 돌려봤어요. 저는 완전히 다른 테크닉을 사용해서 그 영상의 느낌을 재현해보고 싶었어요. 곡 도입부의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서 보컬 트랙 9개를 겹겹이 쌓아올렸고, 각 층을 전부 다르게 꾸몄죠. 그렇게 하니까 Stevie Wonder 노래랑 얼추 비슷하게 들리더라고요. 이 노래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곡 쓸 당시에 제 감정이 그랬거든요. 모든 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있길 바랐어요." WHEN I GROW UP "젊은 날의 제가, 혹은 어떤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하는 게 이 곡의 주제예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문제이기도 하고,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던져보게 되는 질문이죠. 여기에는 또 하나의 관점이 있어요. 바로 어른 버전의 저 자신이죠. 나이 든 저는 어린 저에게 말해요. '안타깝지만 나이가 들면 걱정을 달고 살게 될 거야.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네 감정을 애써 감추고,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은 척하겠지.'라고요.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거잖아요.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게 현실이죠. 어릴 땐 몰라요. 어림짐작이나 상상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실 이 문제엔 정답이랄 게 딱히 없어서 논쟁하자면 끝이 없어요." MONEY CAN’T BUY (feat. Nappy Nina) "장난기가 가득하고 더없이 밝고 순진한 노래예요. 여기서 저는 밥이랑 국을 먹고 싶다고 계속 말해요.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싶다는 얘기에요. 저는 보통 그렇게 먹거든요. 그다음에 내가 원하는 건 돈으론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가사가 뒤따르죠. 여기서 제가 말하는 건 바로 '우정'이에요. 이 노래는 한마디로 '우정 찬가'거든요. 우정은 물질로 환산하거나 크기를 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하고 멋진 거니까요. 이 곡에는 제 믹싱 엔지니어의 친구인 Nappy Nina가 참여해 줬어요. 덕분에 노래가 완벽해졌죠. 오자마자 녹음실로 직행해서 순식간에 녹음이 끝났던 터라 얼굴 본 시간은 사실 몇 분 안 돼요. 그런데도 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보자마자 서로 느낌이 왔달까요. 그 후로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요. 그야말로 이 곡 메시지랑 일맥상통하는 순수한 우정이라 할 수 있죠." FREE INTERLUDE (feat. Lil Fayo, Trenchcoat & Sweet Pea) "저와 친구들의 꾸밈없고 순수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같이 음악을 만들면서 놀아요. 특별한 목적 없이 놀이 삼아 자유롭게 곡을 쓰죠. 그런 사심 없는 우정과 때 묻지 않은 천진난만함이 담겨있는 트랙이에요. 듣고만 있어도 뭔가 정화되는 기분이 든달까. 아무튼 저한테 정말로 뜻깊은 곡이에요." SPELL 주문 (ft. YonYon, G.L.A.M.) "원래 데모 버전은 상당히 빈약했는데 조금씩 살을 붙여서 지금에 이르렀어요. 조립하는 재미가 있었죠. 이 곡을 쓰는 내내 저는 무대에 섰을 때를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는 생전 처음 본 사람들 앞에 서서 나의 가장 은밀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야 해요. 나만 알던 걸 모두와 나누고 내 감정에 동화시킨다는 건 사람들에게 주문을 거는 것과 같아요. 제가 무대 위에서 열심히 주문을 외면 사람들은 자기 상황에 맞춰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이 곡에는 두 명의 게스트가 있어요. 한 명은 일본 아티스트 YonYon이에요. 어릴 때 1년간 일본에 살았었는데 그때 같은 중학교에 다닌 친구예요. 일본을 떠나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저도 이 친구도 음악을 하고 있으니 언젠가 꼭 콜라보를 해야겠다고 늘 다짐했었는데 드디어 소망이 이루어진 거죠. 또 한 명의 게스트는 바로 G.L.A.M.인데 제 친구의 친구예요. 오래전 뉴욕으로 활동지를 옮겼을 때 같이 공연한 적이 있어서 알게 되었죠. 두 사람 다 정말 이 곡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컬래버레이터예요." WAKING UP DOWN "한국어 가사는 때때로 떠오르는 의심과 망설임의 순간을 표현한 거예요. 한편 영어 가사는 일상생활 패턴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심신이 모두 평온하고 건강한 상태를 묘사한 거고요. 곡 자체가 상당히 밝고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니까 그 분위기를 맘껏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사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요. 물론 노랫말도 중요하죠. 하지만 단편적으로 해석하시면 안 돼요. 한국어 가사의 참뜻과 교훈은 결국 인생에는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많으니 자잘한 것에 얽매일 시간에 더 가치 있는 걸 고민하라는 거니까요." IN THE MIRROR 거울 "투어 직후에 쓴 곡인데 상당히 드라마틱해요. 당시 저는 빡빡한 공연 일정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덜너덜해져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피폐했죠. 비행기 화장실 안에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데 정말 너무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 거예요. 비행기를 타면 괜히 더 감정적이 되는 것 같아요.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제 감정에 상당히 심취한 상태였고, 울화가 치밀었고, 그걸 그대로 노래로 옮긴 거예요. 제가 느꼈던 그때 그 기분을 떠올리면서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키듯이 노래하려고 했어요." THE TH1NG (feat. Victoria Sin & Shy One) "작업에 참여해 준 Victoria Sin와 Shy One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두 사람과 꼭 작업해보고 싶었거든요. 정말 대단한 실력자로 정평이 난 아티스트와 DJ예요. 둘 다 영국에서 활동하고요. 처음 보낸 데모는 신스랑 샘플이 전부여서 상당히 보잘것없었어요. 거기에 Victoria의 목소리와 가사가 더해졌죠. 생일날 집 침실에 콕 틀어박혀서 가사를 썼대요. 여기 나오는 'TH1NG'이 대체 뭘 말하는 건지, 의식의 흐름에 마음을 맡기고 깊이 생각해봤다더군요. 온갖 식물과 화분에 둘러싸여서 말이에요. Shy는 주로 프로듀싱을 도와줬어요. 제가 보낸 빈약한 뼈대에 튼실한 살을 붙여줬죠.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두 사람이 얼마나 곡 개념을 제대로 분석하고 파악했는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나요." THESE DAYS 요즘 "어느 눈부신 가을날 오후, 친구랑 집 현관 앞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서로의 근황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때의 기분을 묘사했어요. 혹시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Slice of Life)'라는 용어를 아시나요? 광고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일상의 단편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걸 뜻해요. 제게는 이 노래가 쳇바퀴 돌 듯 단조롭고 재미없는 일상을 포착한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 같아요. 여기선 평범함이 핵심이에요. 특정한 목적의식도 없고,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고, 그저 분위기 위주로 흘러가는 곡이죠." NEVER SETTLING DOWN "이 노래에는 인간으로서, 또 아티스트로서 결코 한곳에 안주하거나 정체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담겨 있어요. 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살 거예요. 독이 되는 습관이나 과거는 미련 없이 흘려버리고요.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도 않아요.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매일 열심히 일하죠. 저의 긍지와 자신감이 가득 담긴 곡이고, 이 곡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좋은 기운이 전이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치달으면서 곡은 점점 거창해져요. 하늘을 나는 듯한, 혹은 방 안에서 혼자 미친 듯이 춤추는 듯한 기분이 들죠. 이렇게 황홀한 분위기로 믹스테이프를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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