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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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Ma'를 작업 중이던 Devendra Banhart는 문득 떠올렸다. '만약 내게 평생 아이가 없다면?' 어떤 대답이 나오든 앞으로의 인생을 바꿔버릴 질문이었다. Apple Music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가지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럼 혹시 내 아이에게 해줬을 만한 이야기들을 모두 담은 앨범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결국 작업을 하다 깨달은 것은 제가 말하는 모든 것이 누군가 내게 해줬으면 하는 말이라는 거예요." 이번 앨범 'Ma'는 2013년 작 'Mala'와 2016년 작 'Ape in Pink Marble'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리크 포크의 대명사였던 Banhart가 더욱 독자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곳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낭만적 분위기의 보사노바 'October 12', 현악에 흠뻑 젖은 발라드 'Will I See You Tonight?', The Velvet Underground를 떠올리게 하는 포크록 'My Boyfriend’s in the Band' 등을 풀어낸 방식은 유쾌하고도 세련되며, 순박하고도 차분하다. 유순하지만 아름다운 생각들로 눈이 반짝이는 시골 소년 같달까. 수록곡 중 몇몇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사색을 담았다. 베네수엘라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많은 가족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그곳 상황에 대한 지독한 답답함이 전 앨범을 통해 표출되고 있어요." 그는 이 애타는 마음을 경쾌한 톤의 'Abre Los Manos'로 달래기도 하고, 부유하는 듯한 'The Lost Coast'로 쓸쓸히 읊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삶에 대한 감사이며, 어둠 속에서도 밝은 한구석을 찾아내는 것, 마음의 벽을 쌓는 대신 대범하게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것이다. 그럼 Banhart의 설명에 따라 'Ma'의 한 곡 한 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Is This Nice?" "앨범을 질문으로 여는 게 좋아 보였어요. 곡을 쓰면서도 이 곡은 앨범의 첫 곡이 될 거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흥얼거리다 어느새 써지는 노래가 있잖아요. 이 노래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 곡의 내용은 자녀들에게 모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예요. 사회는 우릴 모른다고 타박하죠. 하지만 모른다는 걸 인정해도 괜찮아요. 충고를 구해도 괜찮고요. 모든 걸 다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실 그런 노력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건강한 거죠." "Kantori Ongaku" "Yellow Magic Orchestra의 원년 멤버인 일본 뮤지션 호소노 하루오미에 대한 노래예요. 세상에 너무나 큰 기쁨과 위안과 감탄을 가져온 뮤지션에게, 즉 나의 진정한 영웅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죠. 호소노가 초기에 속했던 밴드 Happy End의 곡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가사 전체가 일본어인 곡인데, 딱 한 부분에서 영어 한 마디를 던지죠. 'Country music(컨트리 음악).' 그걸 한번 반대로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대부분은 영어로 부르되, 코러스에 '컨트리 음악'을 지칭하는 일본어 표현인 'kantori ongaku'가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이 곡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건 이 부분이 아닌 그다음 가사예요. 'shikata ga nai'라는 가사인데요. '어쩔 수 없다'라는 의미죠. 예를 들어서 차가 밀려요. 컵을 깨 먹었어요. 회사에서 잘렸어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어쩔 수 없는 거죠. 이 곡은 그런 받아들임에 관한 이야기예요. 어떻게 보면 받아들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거든요.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는 건 참 좋은 도구예요." "Ami" "아홉 살 때 읽은 책이 있어요. 한 아이가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하는 이야기였죠. 사실 읽었다고 말할 수도 없겠네요. 그냥 그런 책이 있고, 주인공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아무도 못 믿겠지만 진짜 일어난 일이야.' 그 아이의 이름이 Ami였어요. 참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죠. 혹시라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이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요. 노래는 이 상상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거는 내용이에요. 조언을 하죠. 이 상상 속 아이의 이름을 따 곡명을 지었어요. 또 전 Ami가 '친구'란 의미의 스페인어인 'amiga'와 'amigo', 그리고 불교 용어인 ‘아미타불'의 줄임말이라는 점도 좋더라고요." "Memorial" "진짜 추도식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많은 사랑을 받은 멋진 뮤지션이었던 제 친구의 추도식이었죠. 친구는 'Kind Hearts and Coronets'라는 밴드를 했었어요. 친구를 아끼고 사랑했던 뮤지션 친구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그 아이의 노래도 커버하고 친구의 밴드도 공연을 할 이벤트를 연 거죠. 'Middle Names'라는 곡이 있는데, 친구가 투병 중일 때 쓴 곡이에요. 제 자신이 그의 남겨진 과부가 아닌, 가출한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내가 되었다고 상상해서 쓴 노래였죠. 늘 흥청망청 술에 취해선 연락이 두절되버리는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마음을,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큰 믿음과 강인함을 가져야 하는지를 상상해서요. 그래서 추도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어요. 그가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관한 노래를요. 노래를 하다 감정이 북받치고 울음이 터졌어요. 어쩔 줄을 몰랐죠. 겨우겨우 노래를 마무리하고선 몸을 휘청하다 넘어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무대 위로 올라와 묻네요. '당신, 저와 결혼해줄래요? 그럼 정말 행복할 텐데.' 정말 말도 안 되게 초현실적이고 웃기면서, 동시에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죠. 'Memorial'은 그 순간에 대한 노래예요." "Carolina"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에게 바치는 러브 레터예요! 농담이고요. 실은 Chico Buarque의 'Carolina'에 헌정하는 곡이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커버를 해서 이제는 브라질 팝의 필수 곡이라 할 수 있는 곡인데요. 이 곡으로 대표되는 모든 브라질 음악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노래가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노래죠. 또 제가 포르투갈어를 할 줄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노래이기도 해요. '포르투갈어를 배워야 해.'라는 말로 노래를 마무리해요. 언젠간 배우게 되겠죠?" "Now All Gone" "이 곡은 마치 납을 한 조각 매고 테니스를 치는 느낌이라 할까요. 그러던 중 갑작스레 첼로 앙상블이 들어와서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뭔가 좀 이상한 분위기이기도 해요. 아니, 처음부터 다시 할게요. 지금까지 한 말은 잊어주세요. Cate Le Bon이 앨범에 참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Osian이라는 세 살짜리 아이도 이 곡을 통해 데뷔를 했는데요. 어쩌다 보니 이 앨범을 프로듀싱한 Noah Gerogeson의 아들이네요. 곡의 끝부분의 신시사이저 소리가 바로 Osian이 연주한 거예요." "Love Song"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듯한 어린 사랑의 느낌 있잖아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곡의 주제는 사실 슬퍼요. 내가 낳은 아이를 직접 키울 수가 없어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 아이의 인생에 함께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상상을 배경으로 하거든요. 이렇게 입양을 보낸 아이가 사랑에 빠져버린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노래죠. 판타지적인 요소를 담았어요. 그래서 꼭 소프트 록 음악이 담긴 'AM Gold'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낙천적이고 행복한 느낌이 있죠. 마치 '너와 나, 그거면 충분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Abre Los Manos" "베네수엘라에 관한 노래예요. 사실 곡에서 제가 스페인어 단어 두 가지를 잘못 발음했는데요. 그게 참 부끄러워요. 평생 동안 따라다닐 망신이죠. 사촌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선 잘못 발음한 두 단어를 딱 문자로 보내더군요. 그건 그렇고, 아무튼 이 곡은 2년 전 제가 베네수엘라에서 직접 겪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 그때 이미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보다 백만 배는 더 나빠질 수 있더군요. 불과 2년 만에요. 지금 이 나라와 비교 가능한 국가는 티베트밖에 없을 거예요. 국민은 떼죽음을 당하고, 문화까지 탄압 당한 국가잖아요. 지금 베네수엘라 독재 정부가 하는 일은 아주 형편없어요. 다른 나라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 싸우고 있잖아요. 나라에 남아있을 수 있는 국민이 없어요. 단체로 짐을 싸 들고선 콜롬비아나 다른 국가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죠.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에요." "Taking a Page" "제가 평생 이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제 어깨가 아주 하늘 높이, 아니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치솟게 해주는 노래죠. 그러니까, Carole King이 이 노래를 들었대요. 그리고 싫지 않았대요. 정말 그랬대요. 진짜로 입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October 12" "북부 캘리포니아의 한 절벽 위에 마이크를 놓고 바다 소리를 녹음했어요. 모든 트랙에 이 소리가 들어가 있는데요. 이 트랙에서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소리가 들리죠. 이 곡은 친구를 잃은 한 친구의 이야기예요. 제 친구는 차가 없었는데, 이 친구에겐 암 투병 중인 친구가 있었죠. 제가 옆집에 살았기 때문에 병원에 데려다주고, 이후에 다시 데리러 가곤 했어요. 그러면 친구가 친구 몸이 어땠는지 제게 말해주곤 했죠. 암에 걸린 친구는 굉장히 어렸어요. 스물여섯 살밖에 안된 청년이었죠.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10월 12일이 바로 그 친구가 죽은 날이에요." "My Boyfriend’s in the Band" "이 곡은 70년대 후반 스타일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무대에서 흘러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기분 정말 좋겠죠. 영어와 스페인어를 혼용한 노래인데요. 정말로 전 이 곡이 자랑스러워요. 공연하기에도 얼마나 재밌는데요. 가사 얘기는 깊게 하진 않겠지만, 서로 밀접히 연결된 두 가지를 함께 다뤄요. 즉, 종말적인 상황에 처한 베네수엘라, 그리고 환생이죠." "The Lost Coast" "세상의 끝, 그리고 그 다음 것. 새로운 세상의 시작인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 사이에 존재하는 낯선 공간을 마주한 듯한 느낌에 대한 노래예요. 또 베네수엘라의 고통을 보고도 그 어떤 실제적인 도움도 줄 수 없는 답답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전 세계가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됐지만 베네수엘라 정부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걸요. 그곳엔 약품도, 음식도, 전기도 없어요. 구체적으로는 저희 형을 만나는 이야기예요. 형이 지금 그곳에 있는데, 음식을 보내줄 수도 없어요. 에너지바도 보내고, 책, 초콜릿, 비타민 같은 걸 보내보지만, 실제로 도착을 하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이것이 바로 'The Lost Coast(잃어버린 해안)'예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제 '로스트 코스트' 해변을 뜻하지만, 이렇게 정의한 잃어버린 해안을 뜻하기도 해요." "Will I See You Tonight?" "더 이상 할 말이 필요할까요? Vashti Bunyan이 참여해준 곡인걸요. 이건 엄청난 선물이자, 영광이자, 기적이에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고, 저의 진정한 친구거든요. 또 Vashti의 음악은 제가 들어본 그 어떤 음악보다도 큰 위로와 자양분과 사랑을 전해줘요. 언제고 다시 찾게 되는 음악, 언제고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이죠. Vashti가 너무 좋아요. 여러분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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