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클래식 팬들에게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은 확고한 스타일의 20세기 피아니스트로 기억됩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음악 신동도 아니었지만, 음악가로서 그의 삶은 천천히, 그러나 강렬히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습니다. 브렌델은 1931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비젠베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건축, 사업, 영화 감독 등 여러 직업을 거쳤던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며 거의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힌 덕분에 오히려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을 만들 수 있었죠. 여느 젊은 피아니스트들처럼 유명 콩쿠르를 점령해 스타덤에 오르는 대신, 브렌델은 자신만의 연주 방식을 고집하며 천천히 청중을 매료시켰습니다.  특히 그는 하이든(Haydn), 모차르트(Mozart), 베토벤(Beethoven), 슈베르트(Schubert), 브람스(Brahms), 리스트(Liszt) 작품의 뛰어난 해석으로 유명합니다. 1958~1964년에는 베토벤 피아노 작품 전곡을 녹음하기도 했죠. 이 작업으로 그는 베토벤 피아노 전곡 음반을 선보인 최초의 피아니스트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모차르트의 23개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예술적 호기심은 피아노의 세계를 뛰어넘어 작곡, 문학, 그림 등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시인이자 작가로서 선보인 묵직한 활동은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 그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2008년 12월, 77세의 브렌델은 빈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과의 협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