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Mozart) 전문가로 손꼽히는 마리아 주앙 피르스(Maria João Pires)의 놀라운 역량이 잘 드러난 일화는 아마도 1999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콘서트일 겁니다. 자신이 준비해온 모차르트 협주곡이 그날 레퍼토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건 리허설 겸 공개 콘서트 때였죠. 첫 음이 나오는 순간 상황을 파악한 피르스는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지만, 오케스트라가 긴 제시부를 연주하는 동안 마음을 정리하고 완벽하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의 일은 전설이 되었고,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는 당혹감을 완벽함으로 전환하는 피르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가 무대에서 전하는 모차르트 협주곡의 군더더기 없는 완벽함은 2012년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와 함께한 라이브 음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44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주앙 피르스는 5살 때부터 대중 앞에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9살에는 포르투갈의 권위 있는 젊은 음악가상을 받으며 천재성을 인정받았죠. 독일에서 수학한 그는 1970년 베토벤(Beethoven) 탄생 200주년 기념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데뷔를 하게 됩니다. 섬세하고 투명한 그의 연주 스타일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에도 적격입니다. 피르스가 1996년 선보인 쇼팽(Chopin) 음반에는 작곡가 특유의 깊이와 서정성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