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20

3.15.20

2011년 첫 정규 앨범 'Camp'로 시작해 올해로 꼭 10년 차에 접어든 Donald Glover의 Childish Gambino 프로젝트. 랩과 일렉트로닉 팝, 펑크와 R&B를 교묘하게 짜 맞춰 기상천외한 세계를 창조해내는 독특한 예술가적 성향은 신보 '03.15.20'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앨범은 하나의 싱글 트랙으로도 특별 제작됐는데, 제목 대신 타임스탬프를 붙여 각 곡의 경계를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띤다. 하지만 일상 소음이나 글리치, 디스토션, 기이한 오토 튠 같은 갖가지 효과음을 제멋대로 갖고 노는 재치 있는 작법에서 Childish Gambino 특유의 엉뚱한 장난기와 예측불허 괴짜 기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울풀한 '24.19'나 희망적인 분위기의 클로징 트랙 '53.49'은 그나마 좀 쉬운 편이지만, 미래 예언 같은 'Time'과 감각과부하에 걸린 듯한 '32.22'는 온갖 아이디어를 되는 대로 갖다 붙인 콜라주 같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감이 거의 없고 붕 뜬 느낌이랄까. 상당히 난해한 추상화를 보는 기분이다. 가장 귀에 잘 붙는 트랙은 역시나 2018년 7월 'Feels Like Summer'라는 제목의 싱글로 발매된 '42.26'이다. 괴상하고 충동적이며 과할 정도로 몰아붙였던 실험적 성향이 강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03.15.20'의 진행은 꽤나 논리적인 편이다. 그는 천재와 광인, 자제력을 갖춘 성인과 천둥벌거숭이 같은 반항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며 사람들의 등을 떠민다. '예상 밖의 것을 기대하라'라는 진리나 일반적인 상식이 Childish Gambino의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이번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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