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Pulse

Angel's Pulse

Blood Orange의 2018년 앨범 Negro Swan을 아직 안 들어봤다면, 일단 그 앨범부터 들어봐야 한다. 흑인으로서 겪는 아픔, 우울, 불안을 고요하고 평온한 사운드에 담아낸 이 획기적인 걸작을 듣다 보면 Devonté Hynes의 예술성에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다. 조금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 앨범을 들은 다음에 이 앨범을 들어보자. Negro Swan의 에필로그 격인 이 앨범은 Dev Hynes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믹스테이프이다. 궁극적으로 치유에 가까운 이 작품을 그는 '의식의 흐름을 기록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Apple Music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앨범은 희망적으로 끝나요. 최소한 그렇게 끝내려고 노력해요. 전에도 이런 긍정적인 결말을 낸 적이 있었는지 사실 기억나진 않지만, 어쨌든 이 앨범에서는 그러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총체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몇 년을 보내고, 래퍼 Mac Miller를 비롯해 몇 명의 절친을 잃으면서 그는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새 앨범 Angel’s Pulse는 그의 마음속에서 거칠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처럼 매우 격렬하고 광범위하며 사이키델릭하다. 정치적 성명서로 오해받기 딱 좋은 이 앨범에 대해 하인스는 "만약 이 앨범이 정치적으로 읽힌다면, 그건 제가 그런 일들을 겪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흑인에,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영국에 살다가 뉴욕으로 이주했고,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33세 인간이라면 당연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경험한 바를 적은 일기장이에요. 그저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음악에 담고 싶을 뿐, 사회적 화두를 던질 생각은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I Wanna C U" "Blood Orange의 팬이거나 바로 전 앨범을 들어본 사람들은 음악적으로 전작과 유사하지 않을까 짐작하면서 첫 곡을 플레이하죠. 곡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평범한 드럼과 베이스, 기타 사운드가 차례차례 톤을 잡아가요. 이쯤에서 저는 예측이나 기대는 잠시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특히나 음악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생각과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해요. 그리고 저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하려 하죠. 사람들에게 나를 투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며 '이게 내 세상이다. 누구든 들어와도 좋다.'라고 말해요." "Something to Do" "원래 이 곡은 올해 2월 파리에서 쓴 것인데, 계속 아껴두었어요. 가끔씩 특정한 멜로디나 코드, 가사가 하염없이 머리에 맴돌 때가 있는데, 이걸 다양하게 활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요. 이 트랙도 이미 다섯 가지 버전이 있어요. 아마도 곧 여섯 개로 늘어날 테지만, 일단은 이 곡을 우선적으로 공개하는 거예요." "Dark & Handsome" (feat. Toro y Moi) "저는 한 달 동안 LA에 집을 하나 빌려 칩거하다시피 하며 음악 작업만 했어요. 이 노래는 그 시기에 나온 것인데, 제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과 느낌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곡이에요. 역대 최고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사가 무척 맘에 들어요. 가사 주제는 비통함, 죽음, 자살이에요. 이 세 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노래죠. 2018년도에 친구를 몇 명이나 떠나보냈으니 그럴 수밖에요. 죽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Benzo" "이 곡의 믹싱이 아주 만족스러워요. 몇 년 동안 얻어내려고 노력한 제가 바라던 수준의 선명도에 대한 감을 드디어 잡은 것 같아요. 명확하고 간결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제 스타일의 사운드 말이죠. 저는 항상 드럼 사운드 사이에 선을 긋고 그 외 모든 걸 분리시키려고 하는데, 그런 믹싱 방식이 곡 분위기와 잘 어울린 것 같아요. 가사는 아무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동시에 스스로도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Birmingham" (feat. Kelsey Lu & Ian Isiah) "이 곡으로 앨범의 흐름을 급전환시키고 싶었어요. 문을 박차고 다음 챕터로 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Benzo'의 끝을 과감하게 잘라버렸죠. 사실 가사는 미국 시인 Dudley Randall의 'Ballad of Birmingham'을 가져왔어요. 이 시에는 1960년대 초반 일어났던 교회 폭파 사건과 더불어 한 소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언젠가 들은 이후 줄곧 머릿속에서 맴돌았어요.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내용 파악이 쉽게 안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음악에 깃든 슬픔과 괴로움, 그 강렬하고 압도적인 감정들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어요." "Good for You" (feat. Justine Skye) "Justine Skye는 정말 대단해요. 저는 뉴욕의 녹음실인 'Electric Lady'를 예약하고 사람들을 초대하곤 해요. 이 곡을 작업하고 있던 어느 날 Justine이 잠깐 놀러 왔어요. 그녀는 제 옆에서 기웃거리며 즉흥적으로 꽤 많은 부분의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노래를 통째로 즉석에서 만든 수준이죠." "Baby Florence (Figure)" "이 곡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녹음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저는 피렌체에서 공연 스케줄이 있었고 피아노 곡 몇 개를 만들고 있었죠. 그 기간 동안에 이 곡을 썼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예요." "Gold Teeth" (feat. Project Pat, Gangsta Boo & Tinashe) "힙합 그룹 Three 6 Mafia에 대한 저의 애착은 매우 각별해요. 뉴욕의 DJ Venus X와 이 곡 작업을 함께 했어요. 'Gangsta Boo가 이 노래에 딱일 것 같다.'라는 그녀의 말에 저는 동의했죠. 그녀가 Gangsta Boo랑 아는 사이라며 '지금 LA에 사는데, 연락해보겠다.'라고 했고, 다음 날 거짓말처럼 그녀가 내 눈앞에 나타났어요. 저는 이전 앨범 작업을 함께 한 Project Pat을 급하게 호출했어요. 그의 보컬 샘플을 같이 집어넣으면 정말 멋질 것 같았죠. 제발 피처링 좀 해달라는 제 간절한 외침에 그는 기꺼이 작업에 동참해줬어요." "Berlin" (feat. Porches & Ian Isiah) "유럽 투어 중 베를린에 들렀어요. 공연을 마쳤을 때 밤은 한없이 깊어져 있었고, 막이 내린 후의 적막함에 휩싸였어요. 그때 받은 영감을 살려 헬싱키에서 이 곡을 완성했고, 뉴욕으로 돌아와 Aaron Maine(Porches)에게 이 곡을 들려줬어요. 친구들과 작업할 때처럼 '뭐든 좀 해봐.'라며 그에게 요청했고 결국 피처링 게스트로 이름을 올렸어요." "This Tuesday Feeling (Choose to Stay)" (feat. Tinashe)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합치는 작업을 좋아해요. 이 노래에서는 Pixies와 초창기 N.E.R.D.의 음악을 한 곡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Seven Hours Part 1" (feat. BennY RevivaL) "Benny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에요. 그가 지금까지 낸 앨범 열일곱 개 전부 갖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를 잘 몰라요. 진짜 끝내주는 뮤지션인데 말이죠. 제 친구 Despot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고 친구가 된 건 엄청난 행운이었어요. 녹음을 위해 Benny가 뉴욕으로 왔고, 태어나 처음으로 피처링을 했어요. 이 곡에 그가 참여하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Take It Back" (feat. Arca, Joba & Justine Skye) "곡 작업의 시작과 끝은 항상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협업할 수도 있지만요. Arca와의 작업은 우연히 이루어졌어요. 생각해보면 좀 웃긴데, 제가 두바이에서 곡 작업을 하고 있을 때 Arca가 제게 뭐 하냐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요. 방에 틀어박혀 일하는 중이라고 했더니 좀 들려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파일을 보냈죠. 쇼 일정이 있어서 하던 걸 접어두고 일단 나갔어요.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그 사이 Arca가 자기 파트를 만들어서 보내놨어요.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Arca는 굉장히 격정적이었고, 곡에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어요. 반면 Joba의 경우 초창기 코드 구상 단계부터 최종 완성까지 이 곡의 제작 과정을 전부 지켜봤어요. Joba와 저는 항상 서로에게 음악을 들려줘요. 제게 있어 정말 좋은 친구인 동시에 훌륭한 조력자에요. 저는 LA로 돌아가 곡 잡업을 마무리했고, Joba는 자기 파트를 집어넣었어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 전체와 매우 긴밀하게 엮여있어요. 그 없이 작업하는 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Happiness" "앨범의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Happiness'와 'Today' 두 곡은 정확히 동시에 쓰였고 동시에 완성됐어요. 제가 느끼기에 이번 앨범은 목적 지향적인 작품이에요. 그리고 이 두 곡은 전체 앨범의 종결부와 같아요. 5~6개월간 계속된 극심한 감정 소모, 그 지치는 여정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고, 그걸 분명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곡은 쓸 데 없는 것을 버리면 인생은 훨씬 자유로워진다는 깨달음이 담긴 곡이에요. 잡다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가사가 절대로 우울한 느낌을 담지 않으려고 했죠." "Today" "저의 프로젝트 중 그 무엇도 정치적인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없어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죠. 제가 음악에서 다루는 것들과 제 삶을 관통하는 것들의 바탕이 정치적이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쓴 곡은 세 개밖에 없다.'라고 말이죠. 제 음악은 굉장히 개인적이에요. 내면의 감정과 경험을 음악에 고스란히 투영하는 것, 그것이 제가 곡을 쓰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음악은 제 생각을 쏟아내는 배출구에요. 이 곡이 그렇듯 제 노래 중 정치적으로 읽히는 곡이 몇 개 있는데, 그건 단순히 제가 그와 관련된 일을 겪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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