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의 스승 마르틴 크라우제(Martin Krause)는 리스트(Liszt)의 제자였습니다. 리스트의 가르침은 크라우제를 통해 자연스레 아라우에게 배어들었습니다. 완벽한 기교를 유지하되 과시하지 않고, 작품에 깃든 본질을 끌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앨범 '리스트: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Liszt: 12 E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1977)에 잘 드러나죠. 이성과 감성을 겸비한 아라우의 연주는 20세기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아라우는 1903년 칠레에서 태어났습니다.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5살에 첫 공연을 열어 신동으로 불렸습니다. 칠레 정부는 그에게 10년간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을 주었고, 아라우는 8살에 가족과 베를린으로 이주했습니다. 이곳에서 마르틴 크라우제를 만나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며 공부했죠. 1918년 크라우제가 사망하자 깊은 슬픔에 빠져 다른 스승을 두지 않기로 결심할 정도였습니다. 홀로 선 그는 푸르트벵글러(Furtwängler), 니키슈(Nikisch) 같은 거장 지휘자들과 유럽 순회공연을 펼쳤습니다. 1927년에는 제네바 콩쿠르 우승을 차지해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1941년에 미국에 정착한 그는 1962년 음반사 필립스(Philips)와 계약을 맺고 평생 음반을 발매합니다. 그는 놀라운 속도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1935년 바흐(Bach)의 건반 작품 전곡, 1936년 모차르트(Mozart) 피아노 작품 전곡, 1938년에는 베토벤(Beethoven)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죠. 독일 낭만파 음악에도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슈만(Schumann)과 브람스(Brahms), 슈베르트(Schubert)의 작품도 훌륭히 소화했습니다. 또한 디테일이 뛰어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Beethoven: Piano Sonatas Nos. 30, 31 & 32)' (1957), 섬세한 감수성을 살린 '쇼팽: 야상곡(Chopin: The Nocturnes)' (1978) 등 셀 수 없는 명반을 남겼습니다. 그중 리스트 작품 레코딩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