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음악을 두고 낭만파의 부활이라 하고, 혹자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미니멀리즘에 뿌리를 둔 그의 음악은 반복적인 리듬과 평이한 화성 진행이 특징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작곡가가 숨겨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1955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난 에이나우디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20~21세기 초 현대 음악계의 주축이던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1982년 탱글우드 음악제에 간 그는 처음으로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을 접했고, 이 형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킵니다. 조성을 벗어났던 초기 미니멀리즘에 다시 낭만파와 인상파의 색깔을 덧입히고, 여기에 팝과 뉴에이지 등 오늘날의 장르를 접목했죠. 에이나우디가 대중에게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1965년에 개봉했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국 TV 드라마 '닥터 지바고' (2002)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원작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와는 달리 잔잔하고 몽환적인 음악 스타일로 주목받았죠. 이후 그는 영화 음악가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국내에서는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 (2011)과 '더 파더' (2020)의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에 발매한 'Cinema'는 그의 영화 음악 대표곡을 모은 음반입니다. 에이나우디는 21세기를 상징하는 새로운 클래식 음악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제 그의 작품은 바흐(Bach), 모차르트(Mozart), 베토벤(Beethoven)의 곡보다 더 많이 스트리밍될 만큼 화제를 모읍니다. 특히 'Experience'는 엄청난 스트리밍과 조회수를 기록한 메가 히트곡이죠. 난해한 음형을 지양하고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하는 그의 음악은 전 세계인으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